제주의 술에서 '글로벌 명주' 반열…4대 걸친 자긍심
제주의 술에서 '글로벌 명주' 반열…4대 걸친 자긍심
  • 신정익 기자
  • 승인 2017.01.0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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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대)를 잇는 제주기업-(1)㈜한라산

[제주일보=신정익 기자] 제주 기업은 제주경제의 오늘을 있게 한 주역이자 동력이다. 또 내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희망이다. 이들 기업들은 부침(浮沈)과 명멸(明滅)이라는 엄혹한 생태계 속에서도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대자본의 공세적 확장에 맞서 향토기업의 자존심과 명맥을 잇기 위해 그야말로 생존을 건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창업 이후 대(代)를 이어 기업경영을 하면서 제주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토종기업들의 경쟁력을 발굴‧소개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50대 이상 제주도민들은 아련한 추억이 있다. 흑백 텔레비전이 전부였던 시절, 그 브라운관 TV에서 ‘한라산 맑은 물로 만든 내 고장의 명주 한일소주’라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조악하다고 할 수 있는 광고였지만 도민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일종의 자긍심 같은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중에 TV에 광고까지 할 만큼 ‘자랑’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던 시절의 얘기다.

한라산소주는 그렇게 도민들 속으로 들어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 ‘가족’ 같은 술이 됐다.

▲창업과 성장의 초석 다지기=한라산소주를 만드는 ㈜한라산(대표이사 현재웅)은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았다. 환갑을 넘겨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기업의 연륜도 중요하지만, ㈜한라산은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4대(代)에 걸쳐 가업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라산의 출발은 한국전쟁의 포성이 한창이던 1950년으로 올라간다. 제주시 삼도2동에서 태동한 호남양조장이 모태다. 제1대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고(故) 현성호 대표가 탁주와 제제주 생산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현 대표의 뒤를 이어 아들 고(故) 현정국 회장이 상호를 한일양조장으로 바꾸고 소주 제조면허를 취득, ‘한주’라는 상표로 소주를 출시했다. 현 회장은 같은 해 ‘한일’로 다시 상표를 바꿔 본격적으로 소주 생산에 나섰다.

이때부터 ‘한일’은 제주를 대표하는 소주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당시 다른 5개 양조장을 통합해 제주소주합동제조㈜로 사명을 바꿔 달고 25도 희석식 소주 3종을 생산한다.

현 회장은 1974년 주조장 1등급을 획득한 여세를 몰아 이듬해에는 완전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춰 25도 순한소주 시대를 열었다.

1976년 회사 이름을 ㈜한일로 변경한 현 회장은 1985년 본사와 공장을 지금의 위치인 한림읍 옹포리로 이전, 회사 성장의 전환기를 맞는다. ㈜한일은 본사 이전을 계기로 무역업 허가를 받고 일본 수출의 길을 텄다.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현정국 회장은 오늘의 한라산소주가 있을 수 있도록 성장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제주 대표기업을 향한 제2창업=도민들의 사랑 속에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던 ㈜한일은 양조장 통합이 남긴 후유증으로 속앓이를 한다. 이는 경영악화로 이어지면서 시련의 시기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3대 현승탁 대표이사가 취임한 후 1992년 경영권을 완전 장악하면서 ‘제2창업’을 위한 스타트라인에 선다.

현 대표는 공격적인 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난관을 돌파한다. 1993년 ‘한라산소주’를 선보인데 이어 ‘한라산물 순한소주’, ‘과실주용 소주’ 등을 잇따라 출시해 애주가들의 입맛을 잡았다.

미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시장을 넓혀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각인시켰다.

그야말로 본격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선 소주시장에서 현 대표의 선택은 품질우위와 제품 다변화로 모아졌다.

▲글로벌 명주를 향한 도전과 성과=현승탁 대표는 1999년 사명을 ㈜한라산으로 바꾸고 상표도 변경했다. 이후 한라산소주는 다양한 소주 제품을 선보이며 ‘황금기’를 맞는다.

고품질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도 획기적으로 늘려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명주로 꼽히는 ‘한라산 허벅술’을 선보인다.

‘허벅술’은 1996년 제주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시 만찬주로 뽑혀 일본의 하시모토 총리가 극찬할 정도였다. 이어 2000년 제주를 방문한 김용순 북한 노동당비서 일행을 위한 만찬과 2005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 등에도 만찬주로 올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런 유명세를 입증하듯 2008년 세계 3대 주류품평회중 하나인 IWSC국제주류품평회 은상 수상에 이어 2012년에는 우리나라 증류수 가운데 처음으로 금상을 수상하는 역사를 썼다.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에서는 허벅 모양의 도자기 패키지로 금상을 받았다. 품질과 디자인 모두 글로벌 명주의 반열에 올랐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라산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도 인색하지 않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까지 ㈜한라산이 제주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환원한 규모는 46억원에 이른다. ‘도민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은 봉사활동과 기부, 지역밀착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4대 현재웅 대표이사

한라산소주의 현재와 앞날이 녹록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텃밭’인 제주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국내 대기업 소주들의 공세가 하루가 다르게 거세기 때문이다.

2013년 현승탁 대표의 뒤를 이어 현재웅 대표가 제4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한라산소주는 고품질 소주로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물량공세’로 주목을 끄는 관행적 마케팅과는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라산의 ‘진심’을 담은 제품을 생산해 도민과 관광객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행보가 기존 ‘한라산’을 ‘한라산 오리지널’로, ‘한라산 물 순한소주’를 ‘한라산 올래’로 리뉴얼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주 소비층을 세분화 해 입맛에 맞는 소주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현재웅 대표는 “박사급 연구원들을 영입해 다양한 제주의 자원을 활용한 소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설비 보강을 통해 매출확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 대표는 “물류비가 많이 드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물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층화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 생산과 SNS 등을 활용한 다채널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대표는 “2017년은 설비 리모델링과 한라산소주다운 방식을 가미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신정익 기자  chejugod@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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