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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세상을 보는 눈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7.01.01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나이가 들면서 경험하는 당혹스러운 일은 눈의 변화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다가,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다가,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읽다가 갑자기 글씨가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는 경험 말이다. 그리고 그게 듣기에도 거북한 ‘노안(老眼)으로 전이(轉移)’임이 확인되고, 어쩔 수 없이 새로 안경을 맞춰 써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안과dp 갔다. 근 40여 년 간 근시 안경을 써왔다고 했더니 안과의사가 시력 검사부터 한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이제 이 안경은 쓰나마나 하다”라고 했다. ‘노안’이 되어 근시안경이 별 볼일 없게 됐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눈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고 그동안 눈에 투자를 거의 외면했던 일이 후회되기도 한다. 인생 아닌 눈의 유전(流轉), 눈의 변화는 이렇게 당혹스럽다.
하지만 어쩔건가. 노안도 인생길에 만난 벗이라 생각하고 함께 갈 수밖에.

▲예로부터 귀가 밝고(총·聰), 눈이 밝은(명·明) 사람을 통칭해 총명하다고 했다. 눈이 밝다고 하는 것은 시력 외에 사물을 읽는 눈이 밝다는 뜻도 된다.

눈은 그렇듯 대개 이중적 의미를 담는다. 잘 보이는 부분과 안보이는 부분이 바뀌는 것이 시력의 문제라면, ‘세상을 보는 눈’의 변화는 시각(視覺) 또는 시야(視野)의 문제다. 그리고 그 둘은 많이 닮았다.

세상을 보는 눈을 뜨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대학 시절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세상에 닫혀있던 눈은 독서와 토론으로 개안(開眼)의 과정을 거치면, 마치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감격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교정된 시각은 실천과정을 거치면서 심화되고 고정된다. 그러다 취직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대다수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어가게 된다.

그러나 지난 해 촛불의 소용돌이에서 마주친 것은 고등학생이나 직장인이나 주부나 노인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모두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정초에 정명(正名)을 생각한다.
정명사상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공자의 말이다. 하지만 그 위계의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 함의를 짚어보면 그럴듯 해진다. 제 역할에 충실해야 나라와 사회가 제대로 선다는 말이다. 싫어도 돌아보자. 2016년은 실망을 넘어 절망이었다.

그렇다. ‘난장(亂場)’의 정치, 파장의 정권이다.

그릇된 일을 바로잡는 사정(司正)이라도 제대로 기능했던들 이 난장, 이 파장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대통령 다웠다면,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이나 정책수석이나 이나라의 높은 사람들이 국가의 동량(棟樑)다웠다면,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름값 자리값 제대로 했더라면 이렇게 탄핵 심판의 새해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통 뒤죽박죽의 한 해였지만 그래도 ‘촛불의 시민의식’이라는 한줄기 희망을 반듯하게 간추려 새해로 넘겼다.

▲다시 눈 얘기로 돌아가 보자.
생각해보면 노안이라고 속상할 것만은 아니다. 노안은 불편해도 질병은 아니다.

굳이 세세한 것에 천착하지 말고 멀리 보라는 의미로, 이젠 책으로 얻은 지식이 아닌 오랜 경험에서 나온 경륜과 지혜로 말하라는 뜻이라 생각하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다시 말해 고리타분한 원론과 고정된 시각에 집착하지 말고 변화하는 세상을 널리, 그리고 유연하게 읽으라는 뜻 아니겠는가.

우리사회의 이념 갈등이 한국현대사의 산물이라면 이제 대한민국은 1백세를 향해가는 그 나이만큼 성숙해졌다.

보수와 진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분법적 논리는 더이상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 국민은 진보의 주장에도, 보수의 주장에도 귀를 열고 이 세상을 보고 있다. 정치권도 이제는 세상을 왼쪽 오른쪽, 한눈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한다.

새해 아침에 느끼는 ‘눈’에 대한 생각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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