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힘찬 '닭'의 울음소리로 어둠 몰고 밝은 아침 열다
[신년특집]힘찬 '닭'의 울음소리로 어둠 몰고 밝은 아침 열다
  • 양미순 기자
  • 승인 2017.01.01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띠 이야기]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

[제주일보=양미순 기자]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충격 속에서도 거리에 밝힌 촛불의 힘으로 희망을 본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전국으로 확산되던 AI의 기세가 잠시 추춤한다는 소식과 함께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으로 육십간지의 34번째 해이다.

닭은 12지의 열 번째 동물로 시간은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 방향은 정서(正西), 달은 8월, 오행에서는 금에 속한다.

예부터 닭은 길고 청명한 울음으로 어둠을 갈라 새벽을 열고 여명을 알린다 하여 상서롭게 여겨져 왔다. 특히 다가올 미래를 알려주는 예지능력이 있다는 속설도 있다.

광명과 복을 불러들이는 닭은 부귀와 재물의 상징으로도 인식돼 신라고분에서는 닭의 뼈와 계란이 출토되기도 했다.

특히 동양에서는 벼슬과 발톱은 각각 문(文)과 무(武)를 상징하고 적에게 물러서지 않는 용기(勇), 먹이를 나누는 어짊(仁), 밤을 지켜 새벽을 여는 신의(信) 등 닭이 5가지 덕을 가진 귀한 동물이라고 여겼다.

닭과 관련한 창조신화나 난생설화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제주의 무속신화인 「천지황본풀이」 서두에서는 “태초의 혼돈상태에서 암흑이 계속되고 오색구름만 오락가락할 때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며 닭이 천지창조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또 「삼국유사」는 신라시조 혁거세왕 편에서 “왕이 계정(鷄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계림국이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후기의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에는 음력 정월대보름날에 닭의 울음소리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계명점(鷄鳴占)’에 대한 내용도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보름날 꼭두새벽에 첫번째 우는 닭의 소리를 기다려서 우는 횟수를 세는데, 닭 울음소리의 횟수가 적으면 흉년이 들고 10번 이상을 넘겨 울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관습은 강원도에 그대로 전승되고 있는데 반드시 첫닭 울음소리로 점을 치며, 두 번째나 세 번째 닭 울음소리는 소용이 없다고 한다.

민담에서의 닭 울음소리는 귀신과 액을 쫓는 구원의 소리로 여겨졌는데 귀신이나 도깨비가 광명과 양기를 알리는 닭 울음소리에 물러나면 곤욕을 치르던 주인공이 구사일생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닭은 오래전부터 선조들이 가까이에 두고 길러온 가축답게 관련된 지명도 많은데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총 293개의 닭과 관련된 지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십이지 관련 지명 가운데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도내에는 제주시 외도일동의 ‘계명’, 애월읍의 ‘계원동’ 등 2곳이 닭과 관련된 지명을 갖고 있다.

닭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대체적으로 섬세하면서 지혜와 계획성이 뛰어나다. 또 담력과 정보수집능력, 예견력, 결단력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자아 중심적이고 고집이 세서 자신의 이익만 쫓는 경향도 보인다.

대표적인 닭띠 인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있고 지난해 여심을 크게 흔들었던 배우 박보검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가수 노사연‧윤종신‧아이유, 배우 전지현‧강동원, 야구선수 김주찬, 국회의원 이정희 등이 있다.

지난 병신년은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내‧외에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암울했던 시절 곧잘 인용했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경구처럼 올 한해 붉은 닭의 상서로운 기운과 힘찬 울음소리가 모든 어둠을 거두고 밝은 아침을 여는 신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양미순 기자  manse76@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