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며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며
  • 제주일보
  • 승인 2016.12.2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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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 제주동서문학회장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온가족의 생명줄을 바다에 던져 놓고 파도와 시름하며 살았을까?’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맨몸으로 거친 바다에 뛰어들어 생태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제주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증언해 온 제주의 해녀. 2016년 12월 1일 새벽 00:20분경에 드디어 여성문화로서는 세계 첫 번째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참으로 축하를 해야 할 일이다. 제주에서는 민속신앙으로 승화된 칠머리당영등굿에 이어 두 번째다.

제주의 해녀들을 만나면 갯내음이 풍겨난다. 제주해녀는 예부터 제주여성들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척박한 제주에서 물질로 생계를 이어 온 제주여성들은 때론 농업의 현장에서 거친 돌밭을 일궈 땅을 개척하여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는 ‘숨비소리’로 상징되는 생존의 질긴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굳은살에서 풍파의 세월을 읽을 수 있다. 해녀들은 몸이 성한대가 없다. 매일같이 뇌선이라고 하는 진통제가 없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물질 때마다 이들이 내뿜는 숨비소리는 이겨야만 하는 고난과 극복의 삶을 토해내는 동시에 멈춰버릴 뜻한 숨을 고르는 소리인 것이다.

수심 20m까지 들어가서 작업하다 숨이 막혀 죽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물질을 혼백상자나 칠성판을 등에 지고 저승길을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가족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들은 이러한 운명을 어쩔 수 없는 삶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제주에서는 해녀를 ‘잠수(潛嫂)’, 혹은 ‘잠녀(潛女)’라고 했다. 또한 낮잡아 이르는 말로 ‘비바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오늘날에 와서는 제주의 해녀를 고난의 삶을 극복한 제주인의 정신적 모태로 생각하며 존경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잠녀투쟁’의 기록처럼 제주항일운동의 한 획을 그어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제주해녀문화유산의 가치는 세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과 더불어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자연환경 분야 3관왕의 자리에 오르는 성과를 달성했음은 물론 영등굿에 이어 제주해녀가 또 다시 유네스코에 등재 된 것은 자연과 더불어 숨 쉬어 온 탐라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대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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