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언
역사의 종언
  • 제주일보
  • 승인 2016.12.2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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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옛 제도’를 의미하는 구체제(舊體制)는 ‘앙시앙 레짐(ancien regime)’이다.

‘앙시앙 레짐'은 타도의 대상이 되는 프랑스의 낡은 제도이다. 프랑스혁명 이전 국민의 정당한 자유와 권리를 유린했던 절대왕정체제이다. 프랑스 국민은 프랑스 혁명을 통하여 구체제를 떨쳐버렸다.

‘역사의 종언(終焉)’이란 역사가 끝났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한국에서의 역사의 종언은 신체제(新體制)를 향한 희망이다. 그 신체제를 위하여 국민은 낡은 정치를 탄핵했다.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탄핵했고, 부패한 정경 유착을 탄핵했다. 국민이 명령하는 새로운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이며, 공정한 나라이며, 안전한 나라이다.

‘낡고 썩은 체제’, 앙시앙 레짐을 척결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이다. 한국의 앙시앙 레짐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위법 행위이다. 광장에 모인 수백만 촛불의 최종 목적지는 단지 대통령만이 아니다. 핵심은 권위주의적 ‘정경유착’이다. 재벌 대기업들에게 각종 이권을 주고, 그 대가로 미르재단 등과 최순실이 재벌 대기업들로부터 이득을 취했다.

우리는 과거 정치적 분열의 열병을 앓아 왔다. 우리 모두 앙시앙 레짐의 자식이었다. 우리 모두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분열마저도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대통령에게서 펜과 마이크를 빼앗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우리의 확고부동해 보이는 그 논리도 알고 보면 분열이라는 질병의 한 증상에 불과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의 민심은 분노와 갈망이다. 먼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헌정 유린에 대한 분노의 감정, 그래서 대통령 사퇴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민들의 발언들은 나라다운 나라로 바꿔 달라는 갈망이다. 대통령의 퇴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해 갈 것인지, 어떻게 앙시앙 레짐, 구체제를 네오 레짐(neo regime), 신체제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성찰하는 것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은 국민의 승리이다.

탄핵안 통과는 단지 박근혜에 대한 탄핵만이 아니라 몸통인 집권 여당에 대한 탄핵이고, 그 뿌리인 재벌체제에 대한 탄핵이다. 또 친일독재부패세력에 대한 전면적 청산의 출발이며, 대한민국 구체제 앙시앙 레짐의 종언이다.

저 광화문 광장과 제주시청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역사의 종언’을 당당하게 선언하였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적 정경유착이 판치는 그런 관치 경제 체제가 아니다.

경제와 산업의 양극화와 소득의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민생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는 상황을 밀어내야 한다. 우리가 끝내야 할 앙시앙 레짐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체제를 밀어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촛불집회로 위대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스로 세계 최고의 국민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공정하고 평화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앙시앙 레짐, 정경유착이 척결되면 민주공화국이 완성될까?

어떤 사람은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타오를 수 있다. 촛불은 오랫동안 축제를 이끌어야 한다. 다양한 형식으로 현 시국을 패러디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이 있고, 연인끼리 웃으며 걷고, 온갖 이벤트를 벌이면서 집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종언’이다.

뿌리까지 썩은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가의 운명이 부패 체제 청산 여부에 달렸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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