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만 保守요, 얼굴 짝 모두 ‘좌클릭’인가
‘코’만 保守요, 얼굴 짝 모두 ‘좌클릭’인가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6.12.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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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진짜와 ‘다른 것’이 가짜일까?
 
아니다. 진짜와 잘 구별되지 않는 ‘비슷한 것’이 가짜라고 한다.
 
지난해 말, 명품 시계와 거의 비슷한 시계를 선물 받았는데, 준 사람이 “비싼 거아니고 가짜”라고 했다. 이른바 짝퉁이다.
 
금빛이 반짝이는 이 시계를 지금도 갖고다닌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잘 맞고 보기도 좋다.
 
처음에는 누구나 진짜 명품 시계인 줄안다. “이거 ‘마데인치나’ 가짜”라고 말하면 “진짜?”하고 그 제사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그런 후 가짜의 진짜 같음에 놀란다.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시계뿐이아니다. 온갖 제품에 가짜가 없는 것이 없
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도 많다.
 
세상이 이러니 너무나 똑같아 보이는 가짜 속에서 진짜를 구별할 수 있는 실력이
없으면 누구나 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정치권에 등장한 ‘진짜 보수’는 ‘가짜보수’와 다른 걸까?
 
아니다. 진짜와 가짜는 비슷한 것이지,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을 간다”라고 했다.
 
비(非)박 김무성 의원은 “가짜 보수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고 세몰이를 하고, 친(親)박 서청원 의원은 “우리가진짜”라고 장이야 멍이야 한다. 국민의 눈에는 어디까지가 가짜고 어디부터가 진짜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자신을 ‘진짜’라고 하는 사람들(비박계)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친박계)을 ‘가짜’로 손가락질해가면서 세력의 외연을넓히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가짜’가 되지 않으려면하루 빨리 손 털고 이 세력에 붙어야 한다.
 
진짜와 가짜가 비슷한 거라고 말해보아도 씨알이 먹힐 것 같지 않으니까. 곧 추가 탈당파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1월 중에는새누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합류가 예상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현재의)새누리안에서 ‘건강한 보수’를 살릴 가능성이 없어졌다”라고 했는데, 쉽게 말해 나도‘가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진짜 보수, ‘진정한 보수 건강한 보수’가 무엇인지는 아직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 신(新)당을 창당하자는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도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하자.
 
종을 친 ‘가짜 대통령’과 결별하고 그가 이름을 붙인 ‘새누리’ 당(黨)의 문패를 바꿔 달자는 이야기인가?
 
▲ 유승민 의원은 김무성 의원과 함께 비박계 신당 창당세력의 주축이다.

그는 신당의 가치와 이념에 대해 “안보는 정통 보수 입장을 견지하되, 민생, 경제, 교육, 노동, 복지는 개혁적으로 간다”라고말했다.“민생, 경제, 교육, 노동, 복지는 개혁적으로 간다”라는 유 의원의 말은 무슨말인가? “진보로 간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지금 한국 보수의 어젠다는 ‘안보’뿐이라는 자백(自白)이다.
 
신당의 얼굴은 코(안보)만 보수요, 나머지 얼굴 짝 모두를 ‘좌클릭’하겠다는 얘기다. 다른 신당창당핵심은 “개혁적 중도보수를 골자로 한 정강정책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에다 ‘개혁적 중도’라는 수사(修辭)로 치장하고 있다.
 
보수면 보수지, 개혁적은 뭐고 중도는 또 뭔가. 저마다 하는 말이 이같이 다르니까 국민이 헷갈리는 것이다. 이러니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내가 진짜 보수”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 보수의 위기다.
 
한국 보수는 이제 자기 정체성에 대해 논쟁을 해봐야 한다.
 
한국 보수는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이 시대에 국가와 국민에게 무슨 어젠다를 제시해왔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진짜와 가짜 논쟁을 할 게 아니라 과연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 보수가 있기는 있는 것인지, 있다면 한국의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지.
 
모두 다 내려놓고 뜨겁고 치열한 논쟁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바로 찾아야 한다.
한국 보수가 제 가치를 찾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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