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나눔은 나눔이다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나눔은 나눔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2.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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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매년 세밑에 제주시내 3곳에서 딸랑이던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올해는 제주시청 맞은 편 한 곳에서만 울렸다. 제주구세군이 자원봉사자 부족으로 자선냄비 운영을 줄였기 때문이다. 자선냄비를 향해 오는 기부의 손길도 예년에 없이 크게 줄었다.

사정이 이러니 제주구세군은 올해 모금액을 지난해5000여 만원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3000여 만원으로 예상했는데 마감일인 24일까지 얼마나 모금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내수 경기가 부진한 탓일 것이다. 나라와 지역 경제만 어려운 게 아니다. 서민경제도 악화돼 절대 빈곤율과 상대 빈곤율 모두 증가추세에 있다. 가구 소득은 정체돼 있고,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사회적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남을 신경 쓸 여유도 없어졌다. 내 코가 석자인데 남을 돌볼 처지가 아닌 것이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 주변의 불우 이웃들이다. 사랑과 온정이 가득해야 할 연말임에도 이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예년만 못하다. 세밑 온정이 말 그대로 싸늘하게 얼어붙은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경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등 어수선한 정치 경제 사회 분위기 탓도 크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최순실 게이트가 기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라고 답했다. 국민의 관심사가 불우이웃보다는 촛불집회, 대통령탄핵 등 최순실 게이트에 쏠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부정청탁방지법, 이른 바 김영란법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자칫 이법에 적용을 받을까 봐 기업이나 독지가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기부·나눔은 부정청탁방지법, 최순실게이트와 전혀 연관성이 없다. 기업이나 기관, 독지가들이 법 위반을 우려해 기부나 후원을 꺼려서야 되겠는가. 부정청탁방지법은 공직사회의 청탁과 접대문화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지 기부나 후원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나비효과처럼 법의 파장이 엉뚱한 곳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니 매우 유감

이다. 기부는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일로 더불어 사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나눔은 나눔이다. 그것 때문에 이웃에 대한 관심이 식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연말을 맞아 힘든 이웃을 위한 온정이 따뜻하게 돌았으면 좋겠다. 나눔과 베풂은 어려울 때 일 수록 빛이 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하지 않던가.

거창한 결심이나 큰 돈없이 누구나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나눔의 불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사회 각계가 힘든 겨울나기에 들어선 약자들의 고통을 챙겼으면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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