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만 대중교통 이용객의 ‘소망’
5600만 대중교통 이용객의 ‘소망’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12.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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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이렇게 20분 가까이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공항까지 들어가 제시간에 비행기를 탈수 있나요” “손님께서도 오시면서 잘 보시지 않았습니까. 차량들이 저렇게 몰리는데 전들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지난 21일 오전 8시 40분쯤.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시외버스 종착지에서 발생한 ‘소동’이다.

출근 시간 대 제주시 아라동에서 제주시청 후문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차량이 몰리면서 5·16도로를 통해 제주시외터미널에 도착한 버스가 당초 예상보다 20분정도 지연 도착한 게 발단이다.

비행기 탑승시간을 맞혀야하는 절박한 형편인 손님과 꽉 막힌 차량들로 인해 ‘거북이 운행’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운전기사 사이에 언쟁 아닌 언쟁이 벌어졌다. 결국 운전기사는 죄송하다는 답변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고, 이를 모를 리 없는 손님은 그래도 성이 안찬 듯 한마디 했다.

“미안하다는 게 답이 될 수 없어요”

시내외 버스 이용 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본, 말 그대로 흔에 빠진 일이다.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그 잘못된 일이 수없이 누적되다 보니까 지금은 ‘일상’처럼 됐다.

 

#하루 도민 5명중 1명 탑승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 지하철 따위의 교통. 또는 그러한 교통수단. 이는 국어사전이 정의하고 있는 대중교통(大衆交通)이다. 지하철이 없는 제주에서 대중교통은 시내외 버스로 요약된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운행되고 있는 시내외버스는 대략 500대. 지난해 이들 시내외 버스가 실어 나른 사람은 5600만명(연인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1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했다.

서민의 발이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다.

제주도 전체 인구가 64만명인 점을 감안 할 때, 도민 다섯 명 가운데 한명은 하루에 한번 꼴로 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최근 관광객 등 타지방 사람들의 버스이용도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사실 버스 이용객 대부분은 제주도민들이다.

대중교통이 도민들의 이동수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에어컨 기능을 갖춘 시내외 버스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에어컨 안 갖춘 버스기 없다.

오히려 한여름 도심지 운행 차량들을 살펴보면 시내외버스는 예외 없이 에어컨을 가동한다. 반면 고유가에 주눅이 든 자가용 운전자들은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채 ‘한증깡통’을 끌고 다닌다.

제주도내 어지간한 시내외 버스 정류장은 최신 디지털 버스정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중교통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는 이용객은 많지 않다.

여전한 불편함과 못미더움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교통으로 발돋움해야

서울시와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퉈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제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는 버스업체에 연간 200억원 안팎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비수익 노선운행을 돕고, 무료 환승을 보전해 주고, 나아가 낡은 버스를 교체할 때에도 일부 지원이 이뤄진다.

제주도는 최근 내년 8월을 시행목표로 하는 ‘대중교통체계개편’안을 확정했다. 제주 전역이 시내버스로 통합되고, 단일요금체계로 바뀌고, 급행버스가 운행된다. 또 제주시 도심 일부 구간에서 중앙차로제 및 가변차로제가 시행된다.

제주도가 제시한 이 대책은 지금 제주 대중교통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그런데 이 대책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수용하지 못했다. 대중교통 이용에는 기본적으로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가용이나 택시처럼 자신의 집 앞에 내려주고 태워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문전 출·도착’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선 지혜를 짜 풀어야 한다.

첫째가 ‘정시출발 정시도착’에 대한 믿음이다.

차량 내부의 청결 유지와 종사자들의 친절도 향상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중교통은 제주의 중추 운송수단을 뛰어 넘어 청정자연환경을 지키는 제주의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8개월 뒤 그 시험대에 오른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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