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의 새로운 시도, 주민협의체를 기대한다
주민참여의 새로운 시도, 주민협의체를 기대한다
  • 제주일보
  • 승인 2016.1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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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주민 참여의 시대이다. 촛불이 만든 탄핵정국을 보면서 이 명제를 실감한다. 실제 여부를 떠나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행정입장에서 보면 일방적인 사업계획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대신 주민들의 의견과 생각을 반영했다는, 그래서 주민들과 동떨어지지 않은 사업이라는 정당성 확보가 더 중요한 덕목이 됐다.

도시재생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시의 원도심 활성화 계획 역시 국토교통부의 2차 관문심사를 통과했지만 주민들의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의견 수렴 절차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를 위해 제주시 삼도2동, 건입동, 일도1동, 이도1동, 용담1동 등 5개 동에 지속적인 주민 설명회가 열리고 공청회가 열렸다.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 다양한 면담이 진행중이다. 각 지역별 단체는 물론 주민·상인들을 대상으로 개별 인터뷰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행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그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 내비친다.

이 와중에 주민 의견 수렴보다 좀 더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도시재생사업에서 시도된다.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주민협의체에 참여할 주민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최근에 냈다.

사업의 슬로건이자 추진의 명분이었던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대하는 주민참여가 시도 중이다. 주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요구하는 형태이다. 깔아놓은 멍석을 둘러보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멍석을 깔지, 어떤 놀이를 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멍석을 치워버릴 일도 스스로 결정하는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위원회와 협의체 등이 있는데 뭘 또 모집하냐며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협의체의 주민 참여가 차지하는 의미는 색다르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말 그대로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다. 시간이 되면 모여서 회의를 하고 몇 마디 거들면 되는 자문위원회와 성격이 다르다.

주민협의체는 많은 품을 요구한다. 스스로 회의체도 구성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가들을 찾아서 교육도 받는다. 사업을 직접 실행에 옮기며 사업 후에는 운영에도 참여한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주민이 만드는 프로젝트다.

운영방식도 달라진다. 나이가 많다거나, 목소리가 크다거나, 가방끈이 길다는 이유로 모임을 주도해 가는 조직 운영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참여한 주민들은 자신들의 역할 비중을 n분의 1에 국한한다. 동등한 목소리를 가진 협의체를 지향한다.

아이디어만 내고 혹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이야기를 하기 위한 평론가 집단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집단의 동의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 계획에 직접 참여해서 구현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도시재생센터나 행정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도와줄 뿐이다.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멍석을 깔 수 있는 공터를 마련할 뿐이다.

이는 기존의 사업과는 다른 낯선 구조를 시험하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이다. 1년이 지나도록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즉각적인 성과가 담보되지 않는 주민참여 사업을 기획하고 실천하며 운영까지 염두에 두는 지난한 작업을 시작하는 의도는 간단하다.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주도의 실질적인 과정과 자그마한 성과를 찾아내기 위함이다.

제주에서 이 시도에 참여하는 많은 주민들의 용기에 희망을 찾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차분히 기다려 주는 인내심이다. 주민 참여는 자신들의 일이라는 당사자 원칙에 근거하는 한 언제나 옳다는 신념을 갖는다. 어떤 결과가 나올까 사뭇 기대된다.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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