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민주주의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2.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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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호.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제주일보]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최근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의결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정치인들에 의한 정치적 탄핵이었다면 이번 탄핵은 국민에 의한 국민의 탄핵이란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광화문 180만여 명, 전국 230만여 명이 모인 6차 촛불집회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국민의 탄핵이란 점을 명백히 했다. 사고도 없고 연행자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던 이번 집회를 보며 한국 민주주의가 진일보했다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언론은 이번 집회의 특징을 이렇게 규정했다. ▲자발적 참여 ▲리더가 없다 ▲선동도 없다. 주최 측은 마당에 멍석을 깔았을 뿐 ‘어떻게 하자!’라거나, ‘합시다!’라고 외치지 않은 것이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먼저 집회가 이루어진 곳이 이화여대이다. ‘미래 라이프’ 대학 신설로 최경희 총장과 학생회가 부딪히며 시작된 이화여대 사태는 정유라 부정입학 의혹에 이어 최순실이 등장하며 한국사회 전체에 비선실세라는 태풍을 안겼고 결국 대통령 탄핵에까지 이르렀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자조 섞인 표현처럼 고구마 캐려다 무령왕릉, 아니 지구 내핵까지 나온 셈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달팽이 시위’이다. 모든 의사결정은 교내 커뮤니티인 ‘이화이언’의 게시판, ‘비밀의 화원’에서 상정되고 온라인·공개토론 가리지 않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고 다수결 원칙에 의해 결정했다. 선·후배·동문의 상하를 따지지도 않았고 외부와의 연계도 차단하고 철저하게 이화인의 토론과 자원봉사·공동운영으로 시위를 이끈 것이다. 이들 달팽이 시위의 특징 역시 이렇게 정리된다. ▲자발적 참여 ▲리더가 없다 ▲느리다이다. 학내 시위지만 이화여대 집회는 광화문 집회 이상의 새로운 한국식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민주주의라 느리다. 느리지만 모두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실천은 빠르다”라고 주장한 또 한 사람이 안희정 충남도지사이다. 그는 최근 저서 ‘콜라보네이션’을 통해 한국의 많은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가치가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링컨이 말했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민주주의다. 그것이 완벽히 실행될 때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은 아직 민주주의의 가치 인식과 실천 사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제일 아쉬운 점은 ‘국민에 의한, 국민의’ 부분이다. 참여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민주주의 시스템인데 이 부분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시급하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단위의 마을·리·동에서부터 특별시까지 그는 주민 혹은 시민이 참여하는 자치를 권장한다. 자치에는 협의가 기본이다. 협의엔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는 주민 혹은 시민의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그 결정이 잘 실행되도록 도와주는 걸 민주주의의 실천이라고 본다. 더 이상 정부 주도로 국민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그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는 게 그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떼쓰기 문화, 데모, 목소리 크게 내기를 민주주의라고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주민의 참여와 협의 없이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를 엘리트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주민의 권리를 정부나 지자체가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아닐까?

광화문을 밝힌 촛불들과 ‘달팽이 시위’를 벌인 이화여대생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보여줬고 그 효과와 실효성을 증명했다. ‘눈앞에 시대의 변화가 있는데 모르고 지나치는 게 아닐까?’라는 노파심이 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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