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겉도는 주택정책
‘빈익빈 부익부’, 겉도는 주택정책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2.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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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지역 전체 가구 가운데 절박에 육박하는 44%의 가구가 자신의 집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타지방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제주지역 주택은 10가구 중 1가구에 이른다. 집 없는 서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타지방에 주소를 둔 사람들의 ‘제주 집’ 소유가 늘고 있다. 이 같은 타지방 사람들의 ‘제주집’ 소유현상은 최근 타지방에서 제주로 전입하는 인구가 늘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제주지역 전체 주택은 19만5000가구로 전년도에 비해 5% 늘었다.

이번 조사결과 도내 일반 가구 22만 가구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2만3000가구로 주택 소유율은 56%에 이르렀다. 반면 무주택 가구는 9만7000가구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무주택가구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6.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50대가 21.0%를 차지했다. 주택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의 주택은 소유한 가구의 비중도 30% 육박하면서 주택시장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는 공신력을 갖춘 주택통계로 평가된다.

전체 가구의 절반에 근접하는 가구가 자신 소유의 집이 없다는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부는 그동안 토지주택공사를 내세워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왔다. 또 유·무형의 각종 주택보급 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도 상당수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결국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정부와 달리 도민들을 위해 최 일선에서 서민주거안정 정책을 펼쳐야 할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그동안 제대로 된 주택정책을 시행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타지방 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지방개발공사’형태의 공기업을 통해 주민들의 주택문제에 직접 대처하고 있지만, 제주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제주개발공사는 주택건설 및 보급과는 거리가 먼 조직구조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민간 8만 가구, 공공 2만 가구 등 모두 1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작 이 계획이 계획대로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는 도민들은 많지 않다. 지금 제주 곳곳을 돌아보면 집 지을 수 있는 곳엔 예외 없이 별장형 고급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집 가운데 정작 현지 주민들을 위한 주택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좋게 표현하면 투자로 보이지만, 실제 그 속을 들어가 보면 투기를 위한 주택들이 수두룩하다. 당국의 주택정책이 현실에선 맥을 못 춘다는 단적인 증거다. 제주도는 지금이라도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주택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해야 한다.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대명제가 구두선에 그쳐선 안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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