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눈과 몸이 된 두 남자의 여행
서로의 눈과 몸이 된 두 남자의 여행
  • 송현아 기자
  • 승인 2016.12.15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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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 위로 메시지
영화 '시소'의 한장면

[제주일보=송현아 기자] “어떤 나무는 기울어져 있고, 또 어떤 나무들은 꼿꼿이 자란다. 불규칙하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규칙적인데, 서로 공생(共生)하기 위한 몸부림 같아.”

두 남자의 대화로 영화 ‘시소(See-Saw)’는 막이 오른다. 우거진 숲의 전경 속에서 나무들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흔들림을 견뎌내는 모습은 두 남자와 닮아있다.

영화 시소는 2010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이동우씨와 그에게 망막 기증 의사를 밝힌 근육병 중증장애인 임재신씨의 제주도 여행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앞만 보는 남자. 이들의 여행은 특별했다.

“90도 회전, 쭉 직진~. 그렇지.”

임재신씨가 앞에서 길잡이가 되면 이동우씨는 임재신씨 뒤에서 휠체어의 방향을 바로 잡아 밀며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간다. 그렇게 서로의 눈과 몸이 돼 떠난 여행에서 두 사람은 마음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간다.

여행하는 내내 그들은 대화를 나누며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들에게는 사랑하는 딸이 있다. 임재신씨는 딸을 꼭 안아주고 볼을 만져주고 싶다는, 이동우씨는 딸이 그린 그림을 보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관객들에게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영화 ‘시소’는 지난 12일 제주에서 개봉, 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이번 영화는 제주해녀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영화 ‘물숨’으로 주목 받은 고희영 감독의 후속작이다.

‘시소’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사리 자리에 일어나지 못했다. 관객들은 “영혼을 울리는 영화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게 본질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우리는 눈을 뜨고도 많은 것을 못 보는데 영화 주인공들은 밝고 신나게 살다는 점에 감동받았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고희영 감독은 이날 “시국이 뒤숭숭하지만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자신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의 제3의 주인공은 제주도다. 꼭 제주도에서 개봉하고 싶었는데, 꿈이 이뤄져서 고맙다”고 밝혔다.

‘시소’는 메가박스제주에서 27일(매주 월,화)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76분.

송현아 기자  sha@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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