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받을 준비 됐나요?
질문받을 준비 됐나요?
  • 박미예 기자
  • 승인 2016.12.12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박미예 기자] 내년 제주교육의 핵심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질문’이다.

도내에서는 혁신학교, 교사 수업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간담회와 설명회, 토론회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낀다.

그 중 한 가지는 ‘대다수의 어른들은 누군가 물꼬를 트지 않는 이상, 혹은 화가 나지 않은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상의 세대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비슷한 교육 시스템을 거쳤다.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이 맴돌아도 박수 받을 질문이 아니면 속으로 삼키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쓰라린 경험을 통해 배웠으며, ‘Yes Man’의 삶에 싫증이 났으면서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에는 격하게 동감하는, 그런 모순을 끌어안은 세대다.

이렇게 성장한 어른들이 ‘질문이 있는 교실’의 구심점이 된다는 건 어찌 보면 대단한 도전이다. 이들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기자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학생들로부터 희망을 발견했다. 학교 밖으로 나와 큰 목소리로 ‘No’를 외치고, 어른들에게 뜨거운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토록 말을 잘하는 아이들이건만….

지난 촛불집회 때 한 고등학생은 “학생들이 뭘 안다고 집회에 나왔냐는 어른들께 한마디 하겠다. 공부나 하고 있어야 할 우리들이 왜 여기에 나와 있어야 하냐. 우리는 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러 나왔으면서도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하냐”는 질문을 북받친 감정과 함께 토해냈다.

우리는 아이들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지 않냐고 말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작은 질문에서 시작하는 소소한 변화들이 교육의 패러다임, 나아가서는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박미예 기자  my@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