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혹여 페시미스트?
내가 혹여 페시미스트?
  • 제주일보
  • 승인 2016.12.11 18:4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상호. 시인·전 중등교장 / 귤림문학회 회장

“페시미스트(Pessimist)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고등학생시절(1966년) 영어수업시간,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하신다. 염세(厭世)주의자, 비관론자라고 설명을 하시면서 세상을 괴롭고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발전적으로 전개되지 않고, 자꾸 꼬이고 뒤틀리어 힘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어둡게만 보아 슬퍼하거나 절망스럽게 여기며, 앞으로 일이 순탄치 않으리라 믿는 사람이라고 풀이했었다.

영어습득을 영한사전에만 의존하던 시대에는 그렇게 풀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국에서 영어교수법 연수시절(1989년),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발행한 영어사전에는 ‘사물의 어두운 쪽(dark side)을 보는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었다. 어떤 사고방식이 사물의 어두운 쪽을 본다는 것일까? 마치 학생에게서 질문을 받고, 내일 알려주겠다고 해놓고선, 그 문제를 베개밑에 두고 잠을 잘 때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어휘에 얽매인 듯 늘 켕겼었다.

미국에서 영어교수법 연수시절(1995년), 미국인 교수(독일 출신)의 설명이 내 머릿속 어휘사전에 번개처럼 번쩍 박혀 들었다.

‘다른 사람의 실패에 대하여 쾌재(快哉)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오랫동안, 참으로 오랫동안 구체화되지 못했었던 것이 그때야 비로소 손바닥 위에서 구슬을 만지듯 선명히 보였다.

다른 사람의 일이 잘못 되어 갈수록 마음 속으로 고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사촌이 밭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사람’이다. 자기보다 잘되거나 나은 사람을 공연히 미워하고 싫어함이 시새움이다. 시새움의 준말이 시알, 시알 찬 사람이다.

‘직장 안에서의 일을 밖으로 누설하지 마시오.’ 직장조직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잘못된 말이다. 직장 안에서의 좋은 일을 밖으로 좋게 알림이 홍보이다. 널리 알릴 가치가 있는 일인데도, 어두운 쪽에 초점을 두어 말을 흘려 내보내어서야 되겠는가. 어떻든, 소위 조직 실세 부류에서 멀다고 느낄 때에 페시미스트로 바뀌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접경국가끼리는 페시미스트가 거의 전부이다. 이웃나라가 잘 되는 것을 눈 시리어 못 봐 준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고 이웃 나라의 마음새가 어떨까? 보이지 않으나, 만져질 듯 그 모양 새가 뚜렷하다.

주말마다 경향(京鄕)에서 촛불시위이다. 이 난세(亂世)를 걱정하듯, 촛불마다 깜박댄다. 과격(過激)을 자제하려, 목소리들 모아진다. 군중들 속에서도 국회의원들이 몇몇 보인다. 어!? 그런데 그들은 빙긋빙긋 미소를 띠고 있다. 아~! 저들도 페시미스트들이구나. 남이 안 되어야 내가 잘된다고 믿는 그런 사람.

인종을 피부색(흑색, 황색, 백색)으로 가름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떻게 구분할까.

페시미스트가 있는가 하면, ‘가장 나쁜 상황에서도 최상을 이끌어내는(making the best out of the worst of all) 사람(Optimist)’도 있다. 모든 사물은 음양(陰陽)이 있다. 어둡게 볼 것인가, 밝은 쪽을 볼 것인가. 마음가짐에 있다(一切唯心造). 부처님 말씀이다.

세상 일 잊어버리고(散慮), 묶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다. 12월엔, 장자(莊子)의 삼무(三無)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숨 쉬고 싶다(逍遙).

주장․고집에서 벗어나 ; 내가 없다(無己).

내세울 것 다 덮어놓아 ; 공적이 없다(無功).

알아주는 이 없으니 ; 이름이 없다(無名).

제주일보 기자  hy0622@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해성씨 2017-06-04 20:31:09
ㅅㅌㅊ..감명받고 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저도 모르게 페시미스트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