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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극장, 12년 전 웃음과 오늘의 눈물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6.12.11

[제주일보=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두 번째 탄핵 극장.등장인물들을 보면, 운명은 ‘돌고 도는 풍차’와 같다. 첫 번째 탄핵극장이 막이 올랐던 2004년 3월 당시와는 정반대의 ‘배역’을 맡았다.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끌어가던 쪽은 이번에 탄핵을 막는 배역을 했고, 반대로 탄핵을 막아내려던 쪽은 이번에 탄핵의 주역을 맡았다. 대표 배역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기표소를 가리지 않고 ‘찬성’투표해 탄핵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측근인 서청원 의원과 함께 웃고 있는 당시 장면이 지난 주말 TV에 방영됐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번엔 그 자신이 탄핵되어 눈물을 흘렸다.

명심보감은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이어늘 부생(浮生)이 공자망(空自忙)이니라”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부질없이 스스로 바쁘다”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12년 전 웃음과 오늘의 눈물은 이미 정해졌던(分已定) 건가?

▲운명의 수레바퀴는 도는가. 로마신화에 운명의 여신(女神) 포르투나(portuna)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갖고 있다. 그 수레바퀴의 테두리에는 수 많은 인간의 운명이 붙어있다. 수레바퀴 꼭대기에 있는 인간은 행운의 절정을 누리는 중이고, 바닥 쪽에 있는 인간은 불운의 늪을 헤매는 중이다. 하지만 그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되지 않는다.여신이 심심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수레바퀴를 돌리기 때문이다. 한 번에 조금 돌릴 수도 있고, 획 180도 돌릴 수도 있다. 또 그녀가 수레바퀴를 언제 돌릴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변덕스러운 운명의 장난에 눈물을 흘리는 두 젊은이, 기사 팔라몬과 에밀리공주의 이야기가 있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이들에게 “(너희 둘)두 개의 고통을 하나의 행복으로 만들자”라며 결혼을 권하고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덕은 베풀고, 피할 수 없는 것들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롭다.”

▲탄핵극장의 두 번째 배역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첫 번째 무대에서 김 전 실장은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으로서 국회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연루 책임을 추궁 당했다.

세 번째는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 전 대표는 탄핵을 막기 위해 김 전 실장과 싸웠지만, 이번 무대에선 탄핵을 주도하는 선봉장이 됐다.

돌고 도는 게 인생사라지만, ‘뒤바뀐 배역’은 주연급 말고도 조연급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첫 번째 무대에서 의장석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던 당시 정세균 의원(열린우리당). 이번엔 국회의장이 되어 탄핵소추안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을 힘차게 두드렸다. 또 첫 번째 무대에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했던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 이번에는 박 대통령에게 “내년 4월까지 하야해야한다”라는 눈물의 제언을 했다.

▲한(漢)나라 철학서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새옹(塞翁, 북쪽 국경의 노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지혜롭게 받아들인다.

새옹은 아끼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을 때, “이것이 도리어 복(福)이 될지 모른다”고 애석해 하지 않는다. 얼마 후 그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데리고 돌아왔을 땐 “이것이 도리어 화(禍)가 될지 모른다”라며 기뻐하지 않는다. 그의 염려대로 그의 아들이 새 말을 타다 떨어져 불구가 되었지만 이번에도 또 “이것이 복이 될지 모른다”라며 슬퍼하지 않는다. 이듬해 오랑캐가 처들어와 마을 청년들이 전쟁에 나가 대부분 전사했지만 불구가 된 노인의 아들은 전쟁을 피해 살 수 있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다.

12년 만에 막을 올린 두 번째 무대는 이제 종막을 향해가고 있다. 인생은 부생(浮生) 떠도는 삶, 부질없이 바쁘기만 하는 공자망(空自忙)이다.

웃음도, 눈물도 마찬가지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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