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수은주
얼어붙은 수은주
  • 김동일 기자
  • 승인 2016.12.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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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동일 기자] 연말이 되면 으레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매서워지는 겨울 날씨 만큼이나 연말 온정은 얼어붙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어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와 지원 등 온정 나눔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이들 재단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공익재단까지 기부가 줄어드는 등 여파가 이어진 탓이다.

실제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희망 2017 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온도를 보면 이 같은 ‘온정 한파’가 단순 체감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일 기준 13.5도(5억3999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8도(5억9594만원)과 비교해 볼 때 4.3도(5595만원) 하락했다.

특히 올해 나눔 캠페인 모금액이 지난해보다 6억5000만원이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추세로 목표액 달성을 통해 온도탑의 눈금이 100도를 가리킬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누군가는 국정이 마비된 현 시국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밑 온정 나눔이 아닌 국정의 쇄신과 안정이라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

이 같은 국정 대혼란은 물론 소외계층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그러나 당사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느라 촛불을 통해 말하고 있는 국민들의 염원과 민생 안정은 관심조차 없다. 소외계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남을 생각해 나눔을 베푸는 일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게 제주도민들이 갖고 있는 기본 정서다. 얼어붙은 수은주를 끌어올릴 수 있는 ‘따뜻한 햇볕’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1만여 개의 촛불이 제주시청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것처럼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정성을 모아 사랑의 온기(溫氣)를 전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동일 기자  flas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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