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세계 문화정상회의'의 전제
새해 '세계 문화정상회의'의 전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2.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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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내년 4월 제주도는 ‘제2회 UCLG(세계지방자치단체연합) 문화정상회의’를 제주시 원도심을 비롯한 도내 일원에서 개최한다.

그간 먹고사는 문제와 성장논리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가 이런 행사를 유치하고, 세계의 문화인들과 함께 ‘문화정책’을 놓고 토론을 벌이게 된다니 일단 반갑다.  그러나 이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우리는 제주의 현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가 이런 행사를 통해 제주의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제주 문화트랜드를 세계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뜻은 좋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우리 도민들이 이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실제로 우리 ‘문화의 가치’를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지역 전통문화가 독특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하지만 1년 동안 책 한권도 제대로 읽지 않는 어른들이 많고, 전통 문화공연장을 찾기보다는 손쉽게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관으로만 쏠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동안 문화를 창조하는 일선에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위상을 높히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고, 형편이 어려운 문화인들을 얼마나 배려해왔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

우리 제주문화계가 과연 세계의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정책을 비교하고, 토론할 준비를 갖추고 있느냐하는 본질적인 문제부터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21세기를 지식과 정보에 바탕을 둔 ‘문화경쟁’시대라고 한다. 세계 각국은 인류의 보편 문화보다는 민족과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 속에 담겨져 있는 높은 문화적 가치를 발굴, 계승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국부(國富)를 창출해 가고 있다. 또한 지구촌의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문화유산만이 민족과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 되었다.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인재가 모여들고 투자 가치가 높은 곳 치고 문화의 질이 낮은 곳이 없다. 튼튼한 문화적 기반없이는 관광의 고부가치화가 어렵다는 건 이제 정설이다. 제주도 역시 문화적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 제주문화의 현실은 어떤가. 적응력과 유연성을 갖고 있기보다는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창의력을 배양하기보다는 외국 것 베끼기에 급급하며 예술적 인간적 가치보다는 감각적이고 상업적 가치에 매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문화자체보다는 ‘이벤트’와 ‘사업’에 더 정신이 쏠려있다.

내년 ‘세계 문화정상회의’ 행사는 이런 제주의 문화여건과는 관계없이 진행될 터이지만, 새해에는 우리 제주 문화계 전체가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고심하는 자세로 접근하는 한편 자기쇄신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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