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름답다
누구나 아름답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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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이번 학기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과 가족이라는 교양과목 강의를 하고 있다. 가을 학기가 개강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두 번 정도의 강의를 남기고 있다.

결혼과 가족이라는 과목명이 좋아서, 나중에 결혼 잘하려고, 마침 시간이 맞아서 등등 강의를 선택하게 된 동기들은 다양한데 수강생들이 많아 수강신청할 때 밤을 새서 얼른 신청하지 않으면 자리가 금세 차버리는 인기과목이기도 하다는 것은 강의 시작 전 수강인원을 좀 늘려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메일을 받으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 수강 인원이 많아 두 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하는데도 수업 분위기는 몹시 진지하다. 간혹 ‘교양과목이니 설렁설렁 적당히 시간 때우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던 학생들도 자신이 가족의 구성원이고 부모의 결혼생활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내 ‘결혼’이라는 문 앞에 당도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곤 진지해진다.

강의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13개의 작은 주제를 다루며 마지막 ‘부모됨’ 강의를 끝으로 종강한다.  여느 주제 모두 눈 반짝, 귀 쫑긋하며 경청하지만 가장 주목하며 집중하는 주제는 자신에 대한 이해 중 누구에게도 있는 자신 안의 ‘내면 어린아이’를 만나는 날과 이성교제 중 데이트 폭력에 관한 팀별 토론, 그리고 마지막 어느새 나도 부모가 된다는 대목에 이를 때이다.

스트레스나 위기 상황에 처할 때 반복해서 되풀이되는 마음 속의 파괴적인 경험이 사실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는 강의를 들을 때 학생들은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그랬구나’ ‘나도 모르게 자꾸 그 문제가 생기면 어렵고 속상하고 의외의 나의 모습에 당황했는데 그게 그래서였구나’라는 이해가 되고 나면 편안해진다.

또한 부모의 지나친 태도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이 현재 세상을 향해 취하는 많은 생각과 태도에 부모의 뜻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특히 부모의 완벽주의, 강압, 아이 같은 부모, 과보호, 심리적인 질병, 체벌, 방임, 거부, 성학대 등의 태도가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의식적으로 자신은 그런 부모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대처방안을 찾게 된다. ‘내면에 나도 모르는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있다.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이 뭐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나 한가?’라는 의문과 두려움의 시간을 건너 그 어린아이를 꼬옥 안아줄 때 따뜻하게 보살펴 줄 때, 꽁꽁 얼어있던 그 아이가 조금씩 편안해 지며 길 찾기를 할 지혜와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고나면 과거가 내 인생을 전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  과거의 사건은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이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나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는 결혼, 그리고 ‘부모됨’에 대해서도 건강한 마음과 태도를 갖게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기쁨, 행복을 주는 가치 있고 의미있는 일임과 동시에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이 동반된다.

그럴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그 때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먼저 신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질병은 없는지, 임신을 한 후에도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 심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정신적, 심리적인 상태가 어떤 지 파악하여 불안정한 정서상태인지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인 준비도 검검해야 한다,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뒷받침이 필수이다. 위의 세가지 준비가 덜 되었거나 적합한 상황이 아니라면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이 좋다.

결국 자신에 대한 이해가 쌓여 오롯이 애쓰고 있는 자신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나와 비슷하게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낳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될 때 따뜻한 연대감이 생겨나고 그 힘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세상이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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