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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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

[제주일보] 청바지에 흰 끈을 맨 운동화, 반백(半白)의 머리에 다소 거치른 수염, 낭만의 바람을 타고 애잔하게 다가오는 목소리. 이 시대의 대표적 낭만가객 최백호(66)다. 그가 올해로 가수 데뷔 40주년을 맞고 있다. 1976년 첫 앨범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린 지 벌써 40년 세월이 흘렀다.

귀에 익은 노래를 잠시 감상해 본다. ‘궂은 비 내리는 날/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 또 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낙엽이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가수 최백호의 히트곡 가운데 대표적으로 세 곡을 뽑으라면 아마 ‘낭만에 대하여’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그리고 ‘영일만 친구’가 아닐까 싶다. 최씨 자신도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면 그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첫 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만큼 늙어가고 있을까~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느냐마는’이라고 애절한 그리움이 담긴 ‘낭만에 대하여’는 단연 그의 넘버1 대표곡이다.

그의 노래에는 대부분 시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그러면서 애처롭고 애틋하게 들려오는 특유의 목소리는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중년의 심정과 추억’을 잘도 버무려낸다. 어디 중년뿐이랴, 젊은 남녀들 사이에서도 그의 노래는 인기순위 상위에 올려져 있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는 ‘입영전야’와 ‘젊은 날 뛰는 가슴안고 수평선까지 달려 나가자’는 ‘영일만 친구’ 등은 나이 구분 없이 여전히 애창되고 있다. 하여 사람들은 최씨를 가리켜 ‘영원한 낭만가객’이라고 한다.

‘낭만에 대하여’에 첫사랑 소녀가 등장하는데 어떤 인연이 있을까. 손도 한 번 안 잡아본 그런 첫사랑이었다고 추억한다. 그 다음,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에 나오는 내용 중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라는 대목이 있다. 그의 나이 20살 때, 그러니까 그 해 가을날 10월 15일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슬픔이 너무 컸다. 가을에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노랫말을 썼다. 군 제대후 작곡가 최종혁씨에게 노래가 될 것 같은지 물었더니 금방 곡을 붙여줬다. 연애를 하다가 시련을 겪은 노래가 아니라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인 것이다.

1979년 발표된 ‘영일만 친구’에 대해서는 “친구인 울산MBC 편성부장이 영일만에 살았는데 49살 때 세상을 떠났다. 그 친구를 생각하며 노랫말을 쓰고 작곡을 했다”고 회고한다. ‘입영전야’는 자신의 입영 전날의 기분을 떠올리며 작사를 했다. 이처럼 그의 노래 대부분은 이런저런 사연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제 노래에는 거짓말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군 제대 후 친구 매형의 소개로 부산 서면의 라이브카페 킹클럽에서 노래를 하면서였다. 당시 킹클럽은 송창식, 하수영, 이장희 등 기라성 같은 이들이 거쳐간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로 유명한 하수영씨가 음반 취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서울로 올라와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내 마음 갈곳을 잃어’를 타이틀곡으로 첫 음반을 냈다. 이 곡이 대히트를 치면서 단박에 전성기를 맞는다. 그 무렵 ‘입양전야’, ‘그쟈’, ‘영일만 친구’ 등 수많은 히트곡들이 나왔다. 1980년대에는 개인적으로 슬럼프에 빠진다. 한때는 노래를 그만두려고 미국에서 잠시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다시 가요계에 복귀한 그는 ‘낭만에 대하여’ 등 의욕적으로 신곡과 앨범을 내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가을, 어느새 낭만의 계절이 떠나간다. 대부분 낭만을 그리워한다. 어릴 적 생활, 정다운 친구, 부모가 생각나는 그런 날들…. 이제 곧 겨울이다. 최백호의 말처럼 거짓말이 없는 하얀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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