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계절이다
선택의 계절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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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하. 수필가

[제주일보] 선택의 계절이다. 자의든 타이든 관계없이 어느 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선택은 어떤 기준에서 오는 걸까. 그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충분에서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필귀정의 필연이다. 인간의 사욕에서 나타나는 선택은 어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에 마찰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동체 사회에서 불합치는 다툼과 분열을 초래하고, 사회는 혼란과 갈등으로 정상 작동이 멈춰버린다. 그러면 어둠이 찾아들고 자연스럽게 촛불이 밝혀진다.

언제부턴가 사회가 윤리·도덕적 기준에서 원칙과 제도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스승의 날 학생이 교사에게 생화 카네이션 선물을 했다면 부정청탁인가’ 라는 논란에 대해서 권익위에서는 ‘그렇다’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카네이션을 받는 교사와 선물을 준 학생은 공범으로 피의자가 되는 교육현장이다. 성적 저하로 좌절감에 빠져 있는 어린 학생의 어깨를 도닥거리며 위로를 해 주던 과거에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지만, 지금은 성추행 교사가 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의 흐름에 따라 학생들의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는 수업시간이었다. 인성분야에서 배려와 나눔·협력을 설명하며 나눔에서 오는 기쁨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말을 하던 순간, 한 학생이 이해할 수 없다며 거센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자신의 것을 남에게 대가 없이 주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당황한 것은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학생들도 그러했다. 느낌은 말로써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했을 때 찾아오는 손님이라며 실천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중학교에서는 고입 전형이 한창이다. 내신 성적에 따라 특목고, 일반고, 특성화고로 두부 자르듯 학생들이 결정된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이라는 달콤한 말은 어제의 말이 되어 버린다. 고교 선발 기준에서 내신 성적만큼 객관적인 것은 없다는 단순성의 논리가 지배해 버리기 때문이다. 내신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이들에게 자비란 없는 듯하다. 노력의 결과에 의한 산물이라는 싸늘한 한 마디는 아이들의 가슴을 찌르는 송곳처럼 깊숙한 상처를 낸다. 어찌됐든 아이들은 길을 가야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사회는 떠밀려나간 조각들에게 희망의 싹을 심어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특성화고는 변화하고 있다. 과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가는 학교가 아니다. 취업자 전형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은 것이 단적인 예다. 선취업후진학제도에 맞는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 적응을 위한 취업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진학 중심교육에서 우리는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지 않는가. 고등교육자의 실업문제, 낮은 출산으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형 등은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

부모들은 아직도 자신의 자녀가 특성화고를 진학하는 것에 엄청난 자존심의 상처를 입는다. 자신의 기대를 무너뜨렸다는 분노는 자녀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녀들을 성적으로 재단하지 말자.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는 열정이 얼마만큼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목표를 향해 불타는 열정을 지닌 아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피어오르고 아름다움의 향기가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이제는 부모들도 변화의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한 중3 학생들과 그의 학부모들에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는 길’ 일부분으로 응원하고 싶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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