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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도 구름을 만나야 하늘을 날 수 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6.11.27

[제주일보] 제주시 용담동 한천과 병문천 하류에는 잠룡(潛龍), 견룡(見龍), 비룡(飛龍)의 전설이 있다.

용이 놀았다는 ‘용연’(잠용), 용이 물위로 나와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용두암’(견용), 그리고 용이 하늘로 날아간 ‘비룡못’(비룡) 전설이다.  용연, 용두암과는 달리, 비룡못 전설은 주민들의 입과 입으로만 전해오고 있다. 과거 ‘비룡못 동네’라고 불리던 이 동네에는 지금 제주시 새 도로명 주소로 ‘비룡길’이 있다. 서문시장 맞은편 골목이다.

요즘 언론에는 ‘잠룡’이라는 대권주자들이 나오고 있다. 잠룡이나 견룡, 비룡이라는 표현은 모두 주역(周易)에서 연유한 말이다.

▸ 나는 주역(周易)을 논할 정도로 깊은 소양이 없다. 하지만 주역이 점복(占卜)의 차원을 넘어 깊은 지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주역의 괘는 만사 만물에 두루 통하는 어떤 변화 패턴에 대한 인식을 상징화 한 것이다. 그래서 그 패턴에 대한 인식을 하나의 계기성으로 하여 깊은 사유를 이끌 수 있다.주역의 모호성과 해석의 다기함에도 불구하고 공자(孔子) 이래 끊임없는 생명력을 이어온 것은 그 때문이다. 주역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사건 사물의 변화의 원리이기도 하고 그래서 인간의 처신에 대한 교훈이기도 하다.

이 주역(周易)의 첫 괘가 중천건(重天乾)이다. 중천건 괘의 설명이 “초구(初九)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어린용은 쓰지 말라”는 뜻이다.어린용이라 함은 아직은 덕이 부족하여 연못에서 놀면서 덕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리는 사람을 뜻한다.그 잠룡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땅위에 올라와 하늘에 오를 채비를 드러내면 ‘견용(見龍)’이 된다.

▸ 그 다음 단계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나는 ‘비룡’이다. 주역은 ‘비룡재천 이견대인(飛龍在天 利見大人)’이라 설명한다. 이 괘는 아래 다섯이 모두 양(陽)인데 위 하나만 음(陰)이다. 하나가 부족한 괘다. 이 모자란 괘가 극치를 말하고, 제왕의 지위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덕을 갖추었으므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보필한다. 그런데 주역은 하나가 모자란 이 비룡의 괘, 그 이상의 것은 더 이상 길(吉)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이 바로 100% 양(陽)의 괘, 정상(頂上)의 자리에 이른 마지막 단계의 용인 ‘항용(亢龍)’이다.주역은 이 괘를 풀이하여 ‘항용유회(亢龍有悔)’라고 했다.이 ‘항용유회’란 말은 하늘에 승천한, 최고의 용은 후회(後悔)가 있다는 뜻이 되겠다.세상사 많은 일들에 통할 만한 말이지만, 이 ‘항용유회’의 비유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경우는 아마도 권력의 세계일 것이다.

▸정상에 오르거나 꽉 차면 비워야 하는 것이다. ‘비룡재천’을 넘어선 항룡에게는 ‘후회’만 있을 뿐이다.박근혜대통령이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했는데 그 말은 바로 ‘항룡’의 ‘유회(有悔)’일 뿐이다.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이른바 ‘잠룡’들이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데, 저마다 정치공학상 득실(得失) 셈법이 복잡한 모양이다.

탄핵 이후, 정치 구도가 지금과는 180%도 달라지리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다들 ‘견룡’이 되고 ‘비룡’이 되고 싶겠지만 때가 있는 법이다.호사가들은 제주시 한천 병문천 잠룡, 견룡, 비룡의 전설이 잘하면 현실로 나타날 지 모른다고 한다.아마 현재 지지율 구도를 깨고 싶어 ‘즐거운 용’, 원희룡(喜龍) 제주도지사를 두고 말함일 것이다.

그러나 옛 선비들은 이렇게 말한다. 비룡승운(飛龍乘運)하고 등사유무(螣蛇遊霧)다, 운파무제(雲罷霧霽)하면, 이룡사여 인이동의(而龍蛇與 螾螘同矣)한다고.

“용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고 큰 뱀은 안개 속을 노닌다. 구름이 없어지고 안개가 걷히면 용이나 큰 뱀도 지렁이나 개미와 같아진다.” 대충 이런 뜻이다.

용(龍)도 ‘구름’을 만나야 하늘을 날 수 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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