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4 12: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관후. 작가 /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제주지역 어둠을 밝혔다.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박근혜 하야’,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들고 목이 터지라고 외치고 있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하여 제주시청 앞 광장까지 촛불은 밝혀졌다.

광장(open space, 廣場)은 도시의 중심부에 세워져서 공동체 모임에 쓰이는 열린 공간이다.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이 전국의 광장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외쳤다. 제주4․3 당시 이덕구의 시신이 내결렸던 곳도 바로 관덕정 광장이다.

‘광장(廣場)’은 최인훈(崔仁勳) 대표 소설이다.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을 밀실(密室)이라 하며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빨갱이라는 이유로 경찰서를 드나들면서 밀실을 피부로 느낀다. 그는 월북을 결심한다. 북한에는 그가 찾던 뜨거움, 진정한 광장은 없었다. 퇴색한 구호와 기계주의적 관료제도만 존재했다.

이명준은 발레리나 은혜를 사랑하나 그를 떠나 모스크바로 간 뒤, 낙동강전선에서 간호병으로 온 그녀와 재회한다. 그러나 은혜가 죽음으로써 수포로 돌아간다. 전쟁포로가 된 그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택한 것은 그가 원하던 광장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중립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푸르고 넓은 바다에서 그가 원하던 광장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그에게 바다는 바로 광장이었다.

광장은 사전적 의미로는 ‘넓은 장소’를 의미한다.

그리스 로마에서 광장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참여하는 장소’였다. 유럽 국가들이 민주주의 정치가 제대로 자리 잡는데 광장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그들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곳도 바로 광장이었다.

아테네에는 ‘아고라(Agora)’라고 하는 광장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뜻이다.

아고라 광장에서는 전쟁참여·관리 선출 등을 논의했고, 투표로 결정했다. 로마 곳곳의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장소였다.

로마의 집회 광장은 ‘포럼(forum)’이라고 불렸으며 현대에 와서는 공공의 문제에 대해 공개 토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붉은 광장(Red Square)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광장이다.

본래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렸으나, 사람들이 메이데이와 혁명 기념일에 붉은색 현수막을 걸고 붉은 깃발을 손에 든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면서 광장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는 데서 유래하여 ‘붉은 광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장 주변에는 레닌의 묘와 상크트바실리 대성당, 러시아 국립역사박물관, 모스크바 최대의 백화점이 있어 항상 여행객들로 붐빈다.

천안문 광장(天安門廣場)은 천안문사건으로 유명하다.

도시에 있는 광장 중 세계에서 가장 넓다. 1954년에 인민영웅기념비도 건설되었다. 1976년에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다음 해에 걸쳐 광장의 남쪽 중화문 유적지 부근에 ‘모주석(毛主席) 기념당’이 건설되었다.

최대 100만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국가 행사나 역사상 큰 사건의 무대가 되어 왔다.

몇 번이나 혁명 운동의 무대로도 이용되어 항쟁이 일어났다. 베이징 올림픽의 마라톤은 이 광장에서 출발하여 베이징 국가 체육장으로 도착하는 코스로 설정되었다.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토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하여 ‘이게 바른 나라냐’를 외치며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

바람직한 소통의 모델로서 광장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하여 냉철한 발언자로 참가하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