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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애민 상실의 시대…사람냄새 물씬 나는 인재 키워야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제주일보 | 승인 2016.11.23

[제주일보] 포근한 날씨와 잦은 비 이후 소설(小雪)이 되면서 겨울의 초입다운 한기와 냉기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온 국토가 전 국민의 가슴 저림과 회한 그리고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 같다.
더더욱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결국 그동안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의무를 수행했던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제는 권리를 강하게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우리 민족의 기본적인 정체성은 충과 효를 근간으로 기틀이 유지되고 그 안에서 인간이 갖춰야할 기본적인 사회적 규범을 중시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유지해 왔다.
안타깝게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사회·문화·경제적 폐해와 비리들이 위정자 또는 정치인 등 소위 엘리트 그룹과 사회지도층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국민들을 실망케 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근의 사례는 국민들로 하여금 충격을 넘어서 참담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각종 매체를 통해서 보도되는 모든 의혹의 당사자들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근본구조인 과도한 교육 정책과 사회 경쟁에서 이겨낸 사람들인 것 같다.
당연히 칭찬받아 마땅해야 할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이미 그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갖은 불법과 편법 그리고 정략과 권모술수에만 능해 인간다움을 추구해야 할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
이타심이 아닌 이기심만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기에 오늘의 아픈 현실을 낳지 않았나 여겨진다.
새삼 세종대왕과 영조 임금의 애민사상이 그리워진다.
우리의 일반적인 서민들은 오래전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라는 생활의 규범 속에 살아왔다.
성년이 되면 사회구성원으로서 모든 언행에 책임을 지고 국가와 사회에 최선을 다해야 됨을 자각해 왔다. 혼례를 치러 가정을 꾸리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가문 안에서의 역할을 책임지게 됐었다.
부모의 종명(終命)을 통해 부모의 은혜를 깨닫고 제를 지내면서 조상의 음덕(蔭德)을 기리고 나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어쩌면 가장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평범한 규범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 각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대통령이든 농업인이든) 각각의 위치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며 객관적인 답을 얻어 낸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밝고 맑은 사회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과거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1998년 2월~2003년 2월) 시절 전국의 농어촌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추진됐다. 재적 학생 수 60명(현재는 100명)이 되지 않으면 폐교를 시키고 주변 학교와 통합시키는 정책이었다.
당시의 정부는 IMF구제금융 위기에서 벗어나고 북한을 상대로 햇볕정책을 펼치며 통일이 바로 목전에 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치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판단이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치열한 경쟁구조 속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교육정책과 인성 함양의 기본이 될 초·중학교를 통·폐합시킴으로써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정책이 돼버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농어촌에서의 초·중학교는 단순히 교육시설이 아닌 지역주민을 하나로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농어촌지역의 문화적·정서적 구심점이 되는 중요한 거점이다.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만을 앞세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인성교육의 요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음은 물론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설계함에 있어서 대단한 과오였다고 여겨진다.
배려와 애민, 자연과 환경을 배우면서 넓고 여유롭게 사회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춘 가장 사람다운 인재들을 양성 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린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딛고 일어서야만 성공한 인생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 버린 우리 사회 구조가 오늘의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여겨진다.
그럼에도 어두운 시기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주목할 만한 단체가 있어 큰 감동으로 가슴에 여운을 남겨준다.
‘너영나영행복문화원’(대표 원종애)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제주시 신상공원에서 조그마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큰 소리 없이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바로 우리 전통 문화 체험 교육이다.
교육은 전통 한복 입어보기와 전통 예절 체험 등으로 진행되며 참여 시민들은 이런 체험을 통해 이기심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이타심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또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인내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나마 뜻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사회 전반의 부족한 인간성 회복을 위해서 조용히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의 위로와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리가 위로받는 만큼 소명을 갖고 일하는 그들에게 우리도 큰 위로를 줄 수 있는 사회적·행정적 장치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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