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환경요인에 맞는 '치수 대책' 나와야
새 환경요인에 맞는 '치수 대책' 나와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3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일보] 태풍 등 자연재해는 어찌보면 불가항력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가항력적이라 할지라도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 곳에 있다.

옛말에 “무당이 비를 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어도, 미리 우산을 준비하라고 할 수는 있다”고 하지 않는가. 비가 올 낌새가 보이면 미리 우산을 준비하면 비를 훨씬 덜 맞을 수 있다.

지난 9월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는 상당했다. 이 ‘차바’가 예측과 달리 제주도를 관통하면서 수만가구에 이르는 정전 피해를 비롯해 도로 및 농경지 주택 침수피해, 어선 전복 등 깊은 생채기를 남긴 것이다.

특히 한천 범람으로 7년 전 태풍 ‘나리’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 제주시 용담동 주민들은 새벽 주민대피령에 공포에 떠는 밤을 지내야 했다. 인근 지역에 주차되었던 차량 수십대가 물에 휩쓸리면서 뒤엉키는 광경은 태풍 ‘나리’ 때, 바로 그때 그대로였다. 이 재해가 7년 전의 복사판이라면, 이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그동안 재해 대비를 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인재(人災)다.

사후약방문인격이지만 제주도가 한천 등 주요 하천과 복개지 저류지 등에 대한 정밀진단용역을 해, 제주지역 치수(治水)대책을 수립한다니 일단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문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차바’같은 가을 태풍이 앞으로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고, 제주도는 그 태풍의 길목에 있다는 점이다.

태풍은 해수온도가 높아질 때 발생하는데 현재 전 세계의 해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과거 제주지역에 큰 피해를 안겨준 태풍이었던 1959년의 ‘사라’와 2003년의 ‘매미’도 모두 가을 태풍이었다.

앞으로 제주도에 닥칠 가을 태풍이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가을 태풍은 우리가 새롭게 대비해야 할 재난 과제다. 이러한 중대한 과제 앞에서 제주도가 앞으로 수립해야할 치수 대책은 한천의 복개구조물의 문제 뿐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단, 검토돼야 한다.

물론 한천의 복개구조물 문제는 인근 주민들의 상권과 생활환경 등 첨예한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해 예방’이란 클 틀에서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면 의외로 잘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치수는 예부터 위정자의 필수 과제다.

‘피해-복구-피해-복구’로 이어지는 이런 악순환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장기적이고 치밀한 치수 대책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반복되는 재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난화로 인한 가을 태풍은 ‘기상 이변’이라기보다 ‘기후 변화’에 가깝다.

새로운 환경 요인에 걸맞은 ‘치수 대책’이 시행되어 더 이상 ‘인재’라는 소리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