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어른들,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부끄러운 어른들,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6.11.2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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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수능이 끝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를 지금부터라도 모두 함께 바꿔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도내 고3 수험생들이 지난 19일 제주시청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한 손에 촛불을, 또 한 손에는 피켓을 든 수험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구속)의 딸 정유라씨(20)가 이화여대 부정 입학 등의 특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험생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번 사태로 노력보다 특권이 지배하는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돈과 빽만 있으면 노력이 없어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좌절을 넘어 절망을 느꼈다.

공정한 경쟁은 사라지고 특권과 부패가 판을 치는 이 사회를 아이들에게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까.

이런 학생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면목이 없다고 한탄했다.

집회 현장을 찾은 머리가 희끗한 노인은 아이들을 보며 “우리가 이렇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회의감이 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부조리, 권력부패, 특권의 퇴출을 외치고 있다. 예전에 본적 없었던 ‘시대의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이들을 보며 느껴야 한다. 다른 무엇이 아닌 자신의 주권을 찾기 위해, 이 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막 수능이 끝난 그들이 외치는 함성들은 그동안 ‘특혜’를 당연시했던 부끄러운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부터는 다시금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고민하고 나서야 할 때다. 아이들에게 짐을 지우기엔 어른들의 책임이 너무나 크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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