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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들어갈 때와 나올 때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제주일보 | 승인 2016.11.20

[제주일보] ▲권력이 얼마나 비정한 것인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얼마나 허접하고 초라한 것인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생생하게 보고 절감한다. 30대 중반, 청와대를 출입했던 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특히 정권교체기의 청와대 내부를 본 기자들은 열이면 열, 앞으로 사는동안 ‘권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한 마디로 청와대라는 곳은 들어갈 때는 꽃가마를 타고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신발도 못 신고 맨발로 나와야 하는 곳이다. 대선이 시작될 때쯤이면 청와대 사람들은 갈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선자가 나올 무렵부터 청와대는 적막강산이 된다. 그 많은 비서관이나 행정관들이 어디 갔는지 얼굴 보기 힘들게 되는게 이 때부터다. 기자가 자리에 찾아가보면 “오늘은 몸이 아파 집에 있다”고 하거나 가당치 않은 이유를 대며 “출장 중”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괜찮다. 아예 사표를 냅다 던지고 도망치듯 떠나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것이 권력, 아니 청와대의 실체다.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는 정말이지 초라했다. 아마도 진심이 담겼다는 것을 애써 드러내려고 했던 것인지 “검찰 조사도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대목에서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눈길을 주기엔 국민의 마음이 대통령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떠나버렸다. 질책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이 아니던가. 결국 대통령의 그날 사과는 국민의 관심 밖에서 하나마나한 1회용 통과의례로 지나갔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면서 인기를 모아왔던 그였다. 마침내 권력을 거머쥐고 말그대로 꽃가마타고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이제 박 대통령은 ‘맨발’이나 다름없다.
그는 2014년 신년기자회견에서 그 해의 4자 성어인 ‘전미개오(轉迷開悟, 밝은 지혜의 눈을 뜨는 일)’라는 말까지 남겼다. 그러나 지혜의 눈을 뜨질 못하고 이제 권력의 산에서 내려오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것도 신발이나 제대로 신고 갈지.

▲권력이란 다 그런걸까. 그 말로가 하나 같이 너무나 허접하고 초라하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대권을 거머쥔 이들은 하야 후 해외로 망명하거나(이승만), 부하와 술 마시다 총에 맞아 죽거나(박정희), 친구의 손에 산골짜기에 유폐를 당하고, 법의 심판대 위에서 포승줄에 묶이거나(전두환 노태우), 나라가 거덜날 지경에 몰려 도망치듯 청와대를 빠져 나가거나(김영삼), 애꿎게 바위에 올라 자살을 하거나(노무현)했다. 그나마 김대중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무사히 청와대 문을 나선 듯 보였지만, 사실은 세 아들이 몽땅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기소돼 억장이 무너 터지면서 나왔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면 다 안다. 본인이 구속되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으리라. 이명박 대통령도 오십보 백보다. 말년에 ‘만사형통(모든 일이 형님을 통한다)’ 게이트에 휘말려 형님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BBK특검에 얼굴이 검게 변해 청와대 문을 겨우 나왔다. 이런 사문방위(死門方位) 저승문 같은 문이 청와대 문이다.

▲‘만사형통’ 뿐이었나? 지난 날을 돌아 보면 ‘만사올통(모든 일이 올케로 통한다)’이니 ‘만사자통(모든 일이 아들로 통한다)’이니 하던 시절도 있었지 않았나. 대통령 방의 문고리를 잡고 권력을 맛보았던 이들 중 말년이 성한 이들이 과연 몇인가. 권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치명적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차 지지율이 56%로 DJ 다음으로 높았었다(갤럽). 그랬던 그가 최근 3주 연속 지지율이 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젠 아이들도 “휴대폰 배터리도 5% 남으면 갈아야 하지 않느냐”고 촛불을 들었다.
권력을 잡을 때와 놓을 때가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권력은 항상 양날의 칼이라는 것이다. 한 쪽 날은 세상을 베지만, 다른 한 쪽은 권력을 쥔 자신을 베고야 만다.
‘비선’ 아줌마의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 국정이 마비된 가운데 여기 저기서 튀어나온 대선주자들은  권력이란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권력에 취하면 파멸에 이를 때까지 깨어나지 못한다.

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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