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정치적으로 올라타려 하다간...
촛불에 정치적으로 올라타려 하다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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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공부해서 뭘하느냐”는 중·고교생들의 주장은 우리사회의 부당성이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에 대한 경고는 고금을 가리지 않고 늘 주창되어온 격언이다.그러나 대한민국은 오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신분과 지위의 상승을 이룰 수 없다는 ‘집단 자괴감’에 빠져있다.  교육이 돈과 부당한 권력에 농락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는 많은 도민들이 집결했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10대 청소년들이었다.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도 적지 않았지만 중·고교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촛불을 든 청소년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말 한 마디로 명문대학에 입학하는데 “공부가 뭔 소용이냐”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은 학교에서 무단 결석이라도 한 번하면 내신이나 시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있어야할 곳은 학교와 가정이지 밤거리가 아니다.

만약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나라가 이렇게 되도록 뭘 했느냐”고 따진다면 어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또 학생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사회에 대해 합리적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도 넓은 의미의 교육의 장으로 보아야 달라고 주장한다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평화적인 집회 참석을 통해 민주적인 의사표현을 배우겠다면 그 말도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대학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5차 촛불집회에서는 오영훈·위성곤 국회의원, 김우남 도당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당직자들을 포함한 도내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고,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함께 참여했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권이 이 촛불 장외투쟁을 독려하고, 정치적 해법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면서 국민의 눈에는 마치 이 촛불집회를 즐기고 있는 듯 비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벌써부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쏟아지던 국민적 비판의 한 갈래가 야권을 향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읽히고 있다. 국민은 야권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국회 다수 세력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촛불로 정국을 풀어나가려 할 게 아니라, 나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비상시국을 수습하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국민의 마음이 대통령을 떠났다고해서 그대로 야권에 마음을 준 것은 아니다.

촛불집회에 뭔가 생색을 내고, 정치적으로 올라타려고 하다가는 국민이 먼저 알아챌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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