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희망이 되려면
지방자치가 희망이 되려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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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백번 잘하다가도 한번 잘못하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정치다. 우리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정치의 중요성을 충분히 보고 배우고 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중앙집권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버티고 나갈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본다. 지방자치가 정말 고맙게 여겨진다. 지방자치가 새로운 희망이다”

지난 화요일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이 도의회 정례회를 시작하면서 밝힌 개회사의 일부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100만개가 넘는 촛불이 대한민국을 밝혔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은 고집불통이다.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됐고, 심지어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국정이 표류하면서 제주도라는 지방정부는 스스로 앞을 헤쳐나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재정자립도가 30%대에 머무는 제주 또한 앞으로 어떤 상황과 맞닥뜨릴지 불확실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람이건 조직이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보다 불안한 게 없다. 그래도 도민들이 의지할 곳은 지방정부 뿐이다.

 

#지방정부 역할 갈수록 중요

제주도의회는 지금 원희룡 지사를 출석시킨 가운데 지역현안에 대한 도정 질문을 벌이고 있다. 오는 21일엔 이석문 교육감을 상대로 교육행정 질문을 벌인다. 이어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다.

연중 열리는 도의회 가운데 어느 때이건 중요하지 않은 회의가 없지만, 연말에 열리는 정례회는 중요도에서 그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듬해 예산심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예산은 제주사회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의 역할은 커지기 마련이다.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자본흐름 왜곡으로 부의 편중과 이로 인한 계층 간 간격이 더 벌어진다. 이 때문에 사회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서민들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제주가 더더욱 그렇다. 관광업계가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이로 발생한 수입은 대자본 관광시설과 재벌기업 면세점 수중으로 흘러들고 있다. 제주경제의 실핏줄인 영세상권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럴 때 서민과 영세상권에 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다름 아닌 지방정부다. 왜곡된 부의 집중을 누그러뜨릴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가용 가능한 재정을 풀어 이들 어렵고 추운 곳에 불을 지펴야 한다.

특정 계층과 특정의 집단이 아닌 제주사회 구석구석에 지방재정을 골고루 투입하고, 집행해야 한다. 지방의회 또한 지혜를 보태야 한다.

 

#밑바닥 정서 제대로 읽어야

‘트럼프의 대반전’으로 상징되는 미국 ‘대선쇼크’로 전 세계가 멘붕에 빠졌다. 당시 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언론의 책임이지만, 정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소속된 미 공화당 지도부조차 트럼프의 패배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들은 헛발질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사실(fact) 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수인 백인 중산·서민층의 바닥 정서, 즉 현실에 대한 분노를 읽어 내지 못했다. 되돌아보면 전 세계의 예상을 깬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 결정은 트럼프 반전의 서막이었다.

지금 제주가 꼭 이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도의회 의사당 또는 기자회견 등을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정당성과 논리를 갖춘 듯 들리지만, 그들 또한 ‘보고 싶고 매력적인 것들’만 보고 있다.

제주시민복지타운내 행복주택이 그것이고, 나아가 자연녹지 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한 도시계획조례에 대한 ‘편견’이 그것이다. 정작 서민들 속마음을 들춰보면 현실에 대한 좌절과 이로 인한 반감, 그리고 저항이 들끓고 있는데도 그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업자’로 상징되는 기득권 세력을 밀어 내고 제주라는 거대 공동체를 버겁게 지탱하고 있는 선량한 서민들의 시린 마음을 다독여야 제주가 미래로 나갈 수 있다.

그 중심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적어도 지방자치가 희망이 되려면.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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