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매기기' 수능, 언제까지 할 건가
'등급 매기기' 수능, 언제까지 할 건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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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매년 11월달, 목요일 수능날.
올해도 목요일인 오늘 제주지역 6988명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빠르면 오늘 오후 6~7시경,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대충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시험을 잘 봤건, 그렇지 못했건 간에 그동안 고된 교육과정의 압박감을 견뎌낸 것만으로도 그럴 자격이 있다.
수험생들 각자가 자신의 원하는 꿈을 펼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시험 결과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낙담할 일도 아니다.
수능시험이 인생의 첫 고비인 것은 분명하지만, 살아가는동안 거쳐야 하는 수많은 관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단 한 번의 시험이 모든 것을 평가하고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에 실수를 했더라도 앞으로 만회할 기회는 많다.

수능시험은 교육부가 1994년도에 대학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문제 하나를 더 맞혔느냐, 틀렸느냐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고 대학 당락이 결정되는 이 제도가 당초의 도입 취지를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본떠 만든 수능은 학력고사와는 달리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SAT의 본질은 놓치고 이름만 빌려왔다. 미국 대학들은 ‘등급’이 아니라 SAT 점수를 반영한다. 그러면서 점수는 참고만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조선시대의 9품계처럼 이 시험으로 1등급에서 9등급까지 서열을 매긴다.
사정이 이러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 인생등급이나 마찬가지인 이 수능등급을 한 계단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것이다.
그뿐인가. 이날이면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은행이 늦게 개점하며, 경찰 임무의 우선은 수험생 ‘배달’이 된다.
수능 영어 듣기평가가 진행될 때는 비행기들은 착륙을 못하고 공항주변을 맴돌아야 한다.
외신은 우리의 수능을 보고 “한국이 멈춰선다”고 꼬집는다.
제도가 잘못됐다면 고쳐야 한다.
이런 기괴한 수능체계를 언제까지 계속할지에 대해 이제 정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수능 수험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수능 잘 봤니?”라는 물음이라고 한다.
오늘은 “성골이냐 진골이냐 6두품이냐”하는 어이없는 이 ‘등급 매기기’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에게 성적을 묻지 말고, 마음을 묻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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