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내go, 만나go, 함께하go'
'기운내go, 만나go, 함께하go'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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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지난 주 금·토 양일 간에 걸쳐 양육비 이행관리원 주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주관의 1박2일 가족캠프가 있었다. 필자는 그 캠프의 총괄간사 역할을 했다. 그 캠프의 이름 ‘기운내go, 만나go, 함께하go.’

이 역시 캠프 기획 첫 날 함께 지은 이름이다. 이번 캠프는 이혼 과정 및 이혼 후 가족들을 대상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양육 부모, 자녀와 헤어져 지내는 비양육 부모, 그리고 자녀들이 참석하였다.

면접교섭이 원활히 이루어진다고 해도 자녀의 양육 대부분은 양육 부모가 전담하게 된다. 자신이 겪는 이혼의 후유증에다가 자녀를 혼자서 양육해야 하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서 오는 자녀와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을 경우 아동학대로 발전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서는 양육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해소와 양육 코칭에 대한 시간도 마련하였다. 그리고 비양육 부모와 자녀는 함께 1박 2일을 보내면서 자녀가 비양육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분노와 슬픔을 갖지 않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녀를 두고 나갔다는 비양육 부모의 죄책감을 덜고 자녀와 만나 실제 어떤 이야기, 놀이를 할 수 있는지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양육 부모는 양육 부모끼리, 비양육 부모끼리, 자녀들끼리 집단을 구성하여 자신만이 힘든 상황이 아님을 알게 하여 스스로 위안을 삼게 하였다. 이 때 심리전문가인 상담위원들이 개입하여 힘든 상황을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장(場)을 마련했다.

양육 부모들은 모처럼의 나들이를 통해 1박의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양육 코칭을 통해 자녀와 올바른 대화법, 스트레스 해소법을 익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양육 부모 집단 상담을 통하여 자신만이 이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여 자존감 회복을 돕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양육 경험들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난 다음 양육 부모들은 “가슴과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모래주머니를 덜어낸 것 같다”라는 표현을 하시며 시원하다고 하였다.

비양육 부모와 자녀들은 에너지 발산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녀들은 자신의 부모만이 이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하여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하였다. 비양육 부모는 양육 코칭을 통해 자녀와 노는 법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도록하였다.

비양육 부모와 자녀들의 활동 중에 가족 뽐내기 쇼 프로그램은 미리 준비된 여러 가지 준비물을 가지고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꾸며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가족별로 손을 잡고 걸어보며 다른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워킹존을 마련하여 부모와 자녀가 서로 꾸며준 모습으로 함께 걸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와 자녀는 서로의 치수를 재어주며 다양한 준비물로 서로를 꾸며주며 울기도 웃기도 하였다. 시큰둥하게 멀찍이 서있기만 했던 중2 청소년 자녀는 수학여행과 같은 분위기에 참신한 느낌을 받았다며 소감을 나누었다. “어디에도 없는 지구 상의 유일한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너무 즐거웠다.” “너무 어려서 자녀와 헤어져 만나지 못하다가 이번 캠프는 아마 자녀가 기억하는 나(헤어진 부모)와의 최초의 1박의 경험이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어 너무 고맙고….” 말을 잇지 못하고 우신 부모님. 모두 따뜻한 소감을 나누어주었다.

충분히 준비하여 캠프를 진행하지만 진행하는 과정 중에는 여러 번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참가자 모집이 그 중 으뜸이다. ‘이혼하는 마당에 무슨 캠프’라는 생각이 짙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프를 여러 차례 진행하다 보니 캠프 참여 이후 가족의 변화된 모습을 알기 때문에 독려하는 재판부, 이행원 직원들, 상담위원들의 진정성은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임박하여 갑자기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하는 분들도 있다. 열가족 정도면 무난하지만 이번 캠프는 16가족이 함께 했다. 프로그램 진행하랴, 행사 준비해야 하랴, 준비하는 스탭들의 업무량도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서 작은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들이 모여서 한땀 한땀 이루어가는 일들이라 당연히 부딪치게 마련이다. 이렇게 크고 작은 암초에 부딪치고 다시 헤쳐 나가다보면 도착지에 무사히 닿게 된다. 그때 나누는 마음은 비슷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배웠다.” “의미있는 시간 함께 하여 행복하다.” “ 울림 있는 시간에 나도 울었다.”

살아가는 시간 중, 누군가와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축복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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