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 나라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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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그야말로 외우내환의 총체적 난국이다. 눈 내린 위에 서리까지 내린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빗대 쓰는 말일 것이다.

안으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폭발하고 있고, 밖으로는 거대한 트럼프 리스크가 격랑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국은 당장 주한 미군 방위 분담금을 더 요구할 기세이고,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시작전권도 한국에 조기에 이양할 태세다. 이밖에도 북한 핵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 당면한 외교 안보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통상 문제도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미 FTA문제 이외에도 환율 등 통상 마찰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 하나 하나가 간단하지 않아서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한순간에 확 날아갈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 국정은 마비 상태다. 더욱이 국민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목도하면서 가슴에 깊은 박탈감과 절망의 대못이 박혀져 버렸다. 그런데도 이 정부와 이 정치권 어디를 보아도 이 난국을 헤쳐나갈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고 어린 여학생들이 걱정을 하니 어른들인 우리 모두가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화가 나고, 이 정부와 정치권이 밉더라도, 민주주의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명제다. 우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명제는 ‘대한민국’이다.

호스트 바에서 놀아나면서 국정을 농단한 아줌마를 법정에 세울 권리보다, ‘금수저·흙수저’론과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계급론에 대해 분노를 표출할 권리보다, 대통령을 미워할 권리보다, 몇 천 몇 만 배 더 소중한 명제이다. 여당이니 야당이니, 보수니 진보니하는 대립을 넘어 우리가 훼손해서는 안 될 절대적 가치이다.

이 나라를 수호할 책임은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식물이 된 이 마당에 그 일차적인 책임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정치권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은 이 나라를 살리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함이지, 어떤 정치세력을 위한 세몰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정국을 안정시키는데 여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외친다고 이에 편승하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청와대가 수용했는데, 이를 철회한 일은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 영수가 서로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고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논의하기를 바랐으나 백지화됐다.

여야는 당리당략 이전에 정말 이 나라를 생각해주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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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탄 2016-11-15 20:30:37
추위에 얼었던 배추가 날이 더워지면 살아나듯이,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이 드러나면 대통령과 정부가 슬슬 살아날 거다.
훌륭한 사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