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마치며
마지막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마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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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 세이레어린이극장 대표

[제주일보] 며칠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교원능력 만족도조사를 하라는 문자에 무슨 숙제하듯이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런데 깜깜이다. 누가 누군지, 얼굴도 모르겠고 이 선생님의 교육철학도 모르겠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모르겠고, 어째야 좋을지 깜깜했다. 사실 아이가 고1때 담임선생님을 한두 번 뵈었을 뿐 2학년, 3학년이 되도록 학교를 찾아가보지도 못했고 담임선생님과도 전화통화 몇 번 한 게 전부였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들과 소통하려는 목적으로 유익한 학부모교육도 하고 그러지만 늘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학교방문을 한 번도 못했다. 그런데 교원능력 평가를 하라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교장선생님 이하 과목별 선생님 능력을 평가하라니, 마우스를 눌러야 되나 말아야 되나 짜증부터 났다. 몇 년 계속 교원능력 만족도 조사를 해왔지만 이걸 왜 하나 싶다. 교원의 교육철학까지 읽어내야 설문이 가능한 만족도조사는 왜 필요한 것인지, 학부모가 이럴 정도면 대체 선생님들은 이런저런 자료들을 취합, 통계 보고하느라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설문 내용도 볼 것 없이 그동안 우리 아들 가르치느라 애쓰셨으니 고마워서라도 무조건 최고 능력자로 클릭클릭. 그러고 다 끝냈다. 홀가분했다고 느낀 그 순간 이래도 되나, 거짓말쟁이가 된 듯, 안되겠다 싶었다. 마지막 만족도 조사를 끝낸 엄마로서 나의 이 조사가 과연 그 교원에게 얼마만한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이 나라 교육환경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엉터리조사는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다.

나도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인기 있는 선생님이 꼭 좋은 선생님도 아니고, 인기가 없어도 묵묵히 자기 철학 가지고 가르치는 교원들도 많이 봐왔다. 인기가 없으니 평가에서 좋은 점수 못 받을 테지만 그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 받을 때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나 같은 엄마들이 한둘인가. 그들도 나처럼 똑같은 고민을 하고 마우스를 눌러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엉터리 조사결과에 뭘 기대하는지 의문스럽다. 교육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하는 거 아닐까? 2010년 3월 교육부에 의해 전면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모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평가결과는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맞춤형 연수를 선정하고 교육활동 계획도 수립하며 교원 관련 운영 방안 개선 등에 활용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의 엉터리 응답에 따른 엉터리 결과로 애꿎은 교원들이 죽어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설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선에서도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만족도 조사를 개선해야 된다는 요구가 거세다고 하니 어찌 모르겠는가. 좌우지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너무 어려운 숙제를 해야 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제대로 응답할 수 없는 문항이 수두룩하고 모르는 사람의 능력을 평가해야 하는 부담이 큰 숙제, 교원능력개발 만족도 조사를 꺼림칙한 마음으로 겨우 마쳤다. 사실 당신도 엄마라 할 수 있나, 아이교육에 관심이 얼마나 있냐고 따져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일을 가진 엄마라 학교가 원하는 시간에 찾아갈 수 없고, 그러다보니 이런 평가조차 고민 고민하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마음은 더 아프다. 수능을 앞둔 고3아들이 꼭 해 달란다. 하기로 했다고. 엄마가 온라인으로 평가를 하겠다고 사인했다고. 순간 얼굴이 뜨거웠다. 고등학교를 보내면서 담임 얼굴도 모른다는 말이 자랑이 될 수는 없다. 요즘 김영란법이 되도록 만나지 말라는 법이라고 우스개를 할 정도지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이렇게 불법을 만드는 또 하나의 창구라니 좋은 것만 보여줘도 다 못 보여줄 텐데 요즘은 온통 부끄러운 것들뿐이라 부끄럽고 속상하다. 평가자료 하나라도 숫자놀음으로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 솔직하게 우리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사회다. 학생과 선생이 서로서로 믿어주고 부모가 선생을 우러러보는 사회, 학부모로서 마지막 조사를 끝내면서 느낀 단상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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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알홍 2016-11-23 12:04:32
이따위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음.ㅣ 학교에서 무조건 하라고 하니깐 학부모 입장서 하긴 하지만. 얼굴 한번 본적없고 스쳐지나가 가듯 본 얼굴 을 뭘 평가하라근 건지. 그리고 평가도 학부모 인증후 하니까 아무 의미없음. 자기 자식 가르키는 학교. 교사에 무슨 소리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