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의 거짓말, 그리고 진실
최순실 게이트의 거짓말, 그리고 진실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6.11.09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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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태형 기자]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진실을 알고 있는가.

최근 전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아직도 넘쳐나는 ‘의혹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권력지상주의’에 매몰된 현실에 대한 자괴감과 상실감에 허탈해야 해야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영화 속 픽션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던 ‘찌라시’가 현실로 전개되는 사회. 최근에 만난 학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은 이렇게까지 한탄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어나서는 안될 사태가 촉발했다. 어이없음을 떠나 국민과 약자를 무시해온 권력지상주의의 병폐가 곪을 대로 곪아서 터진 것”이라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불거지는 의혹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찌라시’였던 의혹들이 최근 들어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면서 하나 둘씩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지금은 따지고 보면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두렵다.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대한민국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번 국정농단 파문에 있어 성난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 결정적인 장면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거짓말’과 ‘행동’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공복(公僕)이어야 할 이들까지 그릇된 행동을 비호했다는 점은 ‘국민농단’과 다를 바 없다.

사실상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은 계속된 거짓말로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이 된 태블릿PC에 셀카로 찍은 사진이 버젓이 저장돼 있는데도 “내 것이 아니며 사용할 줄 모른다”고 부인했다.

또 잠적해 있던 해외에서 느닷없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고 “몸이 아파 한국에 올 수 없다”고 밝힌 뒤 3일 만에 돌연 귀국, 병원이 아닌 호텔에 머무른 정황 등은 기획설 의혹과 함께 국민들의 참을 수 없는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거론되면서 두 차례에 걸쳐 호소와 눈물을 보이며 대국민 사과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 역시 ‘거짓말’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첫 번째 사과에서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물과 홍보물에 대해 의견을 물었고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 그만뒀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가 사전 녹화된 사실과 함께 이후 최순실의 태블릿PC 안에 국가기밀 등 국정 관련 문건들까지 확인되면서 거짓말 사과라는 비난과 함께 지지율 급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두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는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부적절한 발언과 함께 “특정 개인(최순실)의 이권 챙기기와 여러 위법행위”로 사태의 책임을 돌리면서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는 국정 운영에 필요한 공적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적시스템에 의존한 국정농단 파문의 근본적인 본질과 그에 따른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진실을 외면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검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 ‘성역 없는 수사’를 피력하고 나섰지만 이번 사태와 직접 연관된 미르재단 압수수색 과정에서 ‘빈 박스’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검찰 출신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황제 소환조사’ 문제까지 터지면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련의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국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진실을 지키기 위한 촛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제주에서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종교계, 대학생 등은 물론 청소년까지 촛불을 들고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30년 만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명확한 진실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검찰 수사 결과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골까지 깊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국민들만 상처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서 누구도 국민이 부여해준 책임에 걸맞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있는 자세로 국민들을 위한 변화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되풀이되는 역사적 피해는 다시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모두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되새기고 명심해야 한다. 이는 ‘국정농단’의 상처를 치유할 유일한 해법이자 첫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기자  sumbad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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