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인의 책임
대한민국 주인의 책임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11.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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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한 달 전 쯤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이 우려된다는 칼럼을 썼는데 11월 2일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대통령의 ‘부재’상황을 맞이했다.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

현 상황의 원인을 어떻게 규정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주인인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에게 신성한 한 표를 행사했던 지지자들마저 분노하고 있다.

이런 한국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세계 주요 언론들은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를 한국의 여성 ‘라스푸틴’으로 표현했다.
AFP통신은 지난달 30일 수사를 받겠다며 영국에서 전격 귀국한 최씨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최씨를 ‘한국의 ’여성 라스푸틴‘으로 표현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놓은 무시무시한 정치 추문의 핵심인 최씨가 국정농단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고(故) 최태민씨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는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의 보고 사실을 거론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의 신령스러운 관계를 짚은 보도를 보고 많은 한국 국민은 대통령이 ‘돌팔이’(quack)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들 보도에 등장하는 그리고리 라스푸틴(1869~1916)은 최면술을 믿었던 러시아 정교회 이단종파의 수도승으로 러시아 황태자의 혈우병을 기도로 낫게 하면서 니콜라이 2세와 황후의 신임을 얻었다. 황후는 하느님이 라스푸틴을 통해 자신에게 직접 말한다고 믿었다.
라스푸틴은 각료 인사를 비롯한 내정 전반을 좌지우지했고 니콜라이 2세는 라스푸틴의 말대로 1차세계대전 전장에 나갔고 심지어 라스푸틴의 예언에 의존해 황후는 작전 지시를 내렸다.
라스푸틴은 결국 귀족 장교들에 의해 암살당했고 니콜라이 2세와 황후, 1남4녀의 자녀도 볼세비키 혁명으로 모두 총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와 함께 최씨를 고려말 신돈과 비교하기도 한다. 심지어 여당의원조차도 의원총회에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신돈이 공민왕 때의 고려를 망하게 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공격했다.

신돈(1322~1371)은 사찰의 여종이었던 어머니에게서 승려가 됐고 당시 법명은 신돈이 아니라 편조였다. 신돈은 공민왕을 만난 뒤에 만든 속명이다.
사찰 여종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에 승려들 틈에도 끼지 못하던 그는 1358년 공민왕을 처음 만나게 된다.
공민왕이 신돈을 전격적으로 발탁하게 된 계기는 공민왕이 어느 날 꿈에서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하는데 한 스님이 달려와 자신을 구해주었다. 공민왕이 꿈을 꾸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원명이 신돈을 데리고 와 인사를 시켰다. 신돈은 바로 공민왕이 꿈에서 본 그 승려였으며 공민왕은 그를 발탁해 국정을 맡겼다.
‘고려사’에 따르면 신돈은 말을 탄 채 홍문을 출입하고 왕과 나란히 앉았으며 나중에는 정문 출입이 불편하다고 궁성 뒤에 조그마한 문을 내고 그곳으로 출입했다고 돼 있다. 물론 신돈은 그 전횡 때문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공민왕과 신돈, 니콜라이 2세와 라스푸틴, 이들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비록 역사에는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그 옆에서 방관한 사람들도 혼란을 부추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40년이 넘는 인연에 대해 연일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고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갑작스럽게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쌓였던 것이 터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방관 또는 방치해 온 주변인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늘 말해왔던 ‘공복(公僕)’들이 진심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이다. ‘공복’과 그 주변인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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