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일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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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1.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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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숙명여대·가천대 외래교수

[제주일보]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와 이행확보 지원을 위해 탄생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는 비양육 부모와 자녀가 정서적인 연결을 할 수 있도록 면접교섭 서비스도 지원한다.

그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필자가 참여했던 프로그램이 있다. 헤어져 지내던 비양육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캠프로 그 캠프에는 상담을 받고 있는 가족들이 참여했다. 캠프에 다녀온 가족들로부터 “꿈에 그리던 시간을 보냈다”며 “프로그램을 안내해 줘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60개월 미만의 영유아를 둔 부모 가운데 이혼과정을 경험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아기와 부모가 함께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 키즈카페’를 8회기 집단 상담의 형식으로 개설해 진행하고 있다.

이 키즈카페의 주 진행자가 돼 이혼하는 과정에서부터 이혼은 부부의 헤어짐이고 부모 역할은 계속되기에 ‘실제 아이와 지내는 부모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헤어져 지내다 아이를 만나는 비양육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만나며’, ‘만났을 때 실제 어떠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 등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키즈카페에는 열여섯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린 영유아기에 머물고 있어 “아직 어린데”란 말이 입속에서 뱅뱅 맴돌며 수많은 ‘불면의 밤시간’을 보낸 이후의 이혼 결정은 참 아프기 마련이다.

아빠도 엄마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서로 더 이상 ‘극렬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는 더 큰 일이 날 거 같아서 헤어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래도 차마 아이만은 상대방에게 보낼 수 없어 조정이나 재판을 통해 아이 양육권을 주장한다.

아이가 어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양육을 하고 있는 부모가 이혼 결심을 하고 소송을 준비하면 이 기간 동안 자연히 한 쪽 부모와는 대부분 긴 시간을 이별하게 된다.

양육권이 결정돼 소송 결과에 따른 면접교섭을 하게 될 때면 아이는 더욱 양육 부모와 한 몸이 돼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헤어진 부모는 법원에서 결정된 문서에 나와 있는 면접을 요구하고 양육 부모 역시 그 명령을 따르고 싶지만 아이가 양육 부모 몸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 때문에 양육·비양육 부모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혼 과정에서부터 예상되는 이러한 일들을 알리고 양육·비양육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며, 자녀가 영유아기 때 보이는 발달의 특성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시간을 아이들도 편히 올 수 있는 키즈카페에서 주말에 진행했다. 만남이 쌓이면서 지난 주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놀이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의 손과 발에 로션을 바르며 이쁜 시도 읽어주고, 꼬마곰 젤리를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서 아이 몸 어딘가에 숨긴 뒤 부모가 아이 몸을 더듬으며 찾는 게임도 진행했다.

담요에 아이를 둘둘 말아 김밥놀이도 했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담요 속에 들어가 아이 앞에서 직접 ‘김밥’이 돼 보기도 했다. 미리 마련된 작은 컵 케이크에 크림과 색색깔 가루를 뿌리며 빵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가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같이 했다.

혼자의 힘으로 이런 시간을 마련하는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취지를 알리자 이 뜻을 살핀 다양한 관계자들이 여러 가족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안내해 줬다.

매주 시작 전 2시간의 사전회의와 끝난 후 1시간 평가회의를 갖는데 그 가치를 알아주고 이 시간을 필수로 마련해 준 양육비이행관리원 측의 배려는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감사의 강이 돼 흐르고 있다.

부모들이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공부하는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 주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 전 직원이 출동했다.

‘어쩔 수 없이’가 아닌 현명하게 내린 이혼의 선택을 존중하며, 이혼 후에도 아이에게 부모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이 시간. 참여하는 가족들도, 진행자들도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 시간. 행복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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