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과 낭만의 달빛 걷기
힐링과 낭만의 달빛 걷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0.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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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중문고등학교 교사

[제주일보] 제주관광공사에서 4월~11월 매월 2, 4번째 금요일 일몰 30분 전부터 중문골프장을 개방하여 도민들과 관광객의 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호응이 좋고 평소 한 번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동료 2명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날짜가 다가오자 진행 팀이 문자로 안내를 했다. 행사 30분 전까지 도착하여 달라는 문자와 참가비는 따로 없지만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날씨도 좋고, 관광객도 굉장히 많이 모였다. 일반인들이 골프장 잔디를 걷는다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출발 전 몇 군데 마련된 포토존에서 우리도 사진을 찍어 참가 증명을 확인하였다. 나인홀 정도의 코스로 바다를 따라 걷는데 비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소 제주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오늘의 경험은 제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날이다. 이런 광경은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관광객들은 가족끼리 온 사람들, 친구들, 연인들, 직장동료들, 다양한 형태의 모임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점점 가족 관광이 늘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우리는 스태프들의 인도 아래 달빛이 쏟아지는 잔디밭을 걸었다.

스태프들은 그 길을 비움의 길이라 불렀다.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의 짬도 없는 우리에게 잠깐의 여유를 주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한 동료가 걷자는 말에 ‘그래 우리 좀 여유를 가져야 돼’ 하면서 세 친구가 함께 시간을 내었다. 불금의 저녁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할애한 것이다. 모든 근심걱정을 뒤로 한 채 자연과 하나가 되어 우리의 몸을 맡기니 여기가 천국이었다. 평소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여지는 학교생활. 알콩달콩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골프장 3개 코스를 지나다 보니 아름다운 라이브 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중간에 이벤트 장소로 캔들 하트 포토존, 사랑의 풍등 날리기, 시낭송, 작은 음악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현장에서 가수가 참여자들의 신청곡을 들어주며 함께하는 시간이 미니 음악회로 최고였다. 어린이 손님이 많아서인지 아이들을 위한 노래도 몇 곡 들려주었다. 음악회는 참여자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나 호응도가 좋은 곡들로 선정되었고 우리는 어느새 음악회 관객모드로 함께 어울어져 하나가 되었다.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 켠에는 어린이들이 퍼팅연습을 할 수 있도록 장소도 마련돼 있었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아이들은 퍼팅을 즐기고 부모들은 연실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골프장을 활용한 이벤트로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바닷바람이 세게 불어서 아쉽게도 풍등은 날리지 못하였다. 소원을 빌며 잠시 묵상할 소중한 시간은 없었지만 바다를 보며 마음 속으로 작은 소망 하나 심어 보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초록의 잔디밭에서 해질 무렵의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하였다. 나의 꿈과 사랑을 가득채운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채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낭만과 힐링이 내 가슴으로 가득할 때 어느새 우리의 밤은 무르익었다. 빛과 조명 아래로 나머지 코스를 돌며 우리의 일정이 마감되었다.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며 돌아왔다. 조금 늦은 저녁을 먹으며 한 주 간의 힘들었던 모든 피로를 날렸다. 집에 돌아와 사진 몇 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많은 팔로어들이 답을 해 준다. 참가하셨던 분들은 좋았던 추억을 이야기해주고 참가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행사도 있구나 반가워하면서 정보를 공유하였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과 함께 꼭 참가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행복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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