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그들만의 리그
제주관광, 그들만의 리그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10.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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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삼이웃.

이는 우리말 ‘이웃’보다 한 차원 높은 결속력을 가진 말로, 더 돈독한 이웃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삼이웃의 삼은 한자 ‘三’에서 나온 말로, 이를 풀면 ‘세 이웃’이 된다. 이는 어느 특정한 이웃을 한정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는 이웃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정의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이웃을 중시하는 미풍양속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섬으로 이뤄진 제주사회는 대한민국 어느 곳 보다 이처럼 이웃, 나아가 ‘삼이웃’ 문화가 터를 잡은 지역이다. 제주는 이웃과 함께하는 수눌음이라는 자랑스러운 문화가 있다. 물론 예전보다 그 정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수눌음 문화는 요즘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함께 한다’는 의미로 상징되는 이 삼이웃은 비단 인간관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과거 제주경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농업은 1980년대 이후 그 자리를 관광산업에 내줬다. 관광업이 전체 산업을 선도하는 제주의 주력산업이 됐다. 제주경제의 맏형이 된 셈이다.

그런데 제주의 맏형 격인 관광산업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기는 파열음이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소수 대자본이 챙긴 5조원

지난해 제주지역 관광수입이 4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됐다. 제주도와 한국은행제주본부, 제주관광공사가 합동으로 추산한 것이어서, 실제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시장에 직격탄을 남긴 메르스 파동에도 불구하고 1년 전 보다 10.1% 늘었다.

업종별로는 소매입이 1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35.1%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이어 숙박 및 음식 1조1000억, 운수업 9000억, 예술·스포츠·여가 6000억원 등의 순이다. 지난해 소매업이 업종별로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것은 신라와 롯데, JDC 공항면세점 등이 소매업에 포함된 때문이다.

신라와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액 9200억원, JDC 공항면세점은 5000억원을 기록했다.

제주의 ‘생명산업’으로 불리는 감귤산업의 경우 연간 수입은 대략 6000억~9000억원이다. 그런데 감귤수입이 제주 골몰골목으로 퍼지는 것을 도민들은 피부로 느낀다. 감귤시세가 좋으면 제주 골목골목에 활력이 넘치지만, 반대로 가격이 폭락하면 골목상권 전체에 냉기가 넘친다.

그런데 이보다 최소 4배 이상 많은 5조원에 육박하는 관광수입이 제주에 들어왔는데 제주 골목경제는 느끼는 게 거의 없다. 하다못해 관련분야 종사자들이라도 신나게 돌아다녀야 하지만, 이들은 이 순간에도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계약직, 시간제가 대부분이다.

재벌을 비롯한 소수의 자본에 의한 부의 독식의 결과다.

 

#함께 가지 않으면 결국 ‘쪽박’

관광산업은 이제 제주 경제의 맏형격인 근간산업이 됐다. 그렇다면 이웃해 있는 다른 산업들에게 맏형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다른 산업과 더불어 나가는 것이다.

지방정부인 제주도 또한 제주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선 전국 지자체 최초로 ‘관광국’이라는 직제까지 만들었다. 제주도가 관광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고 해서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문제가 어제 오늘 발생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굳어진 고질병 같은 폐단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주도는 수입의 고른 분배를 고민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돈을 벌어 챙긴 업자들이 주머니를 털 수는 없겠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그 정도의 정책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다면 스스로 문을 닫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관광산업은 이웃산업들과 함께 가지 않으면 독불장군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엔 독불장군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관광산업이 지금과 같은 ‘봄날’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고 착각이다.

‘이웃끼리는 황소 가지고도 다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손익을 떠나서 이웃과는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로, 이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다. 맏형이 황소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둔 채 이웃을 외면한다면, 종착점에서 기다리는 것은 ‘쪽박’밖에 없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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