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씁쓸한 이유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씁쓸한 이유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6.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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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현종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17일 마침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역대급 태풍 ‘차바’가 지난 5일 제주를 강타한 지 12일 만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야 반길 일이지만 태풍 내습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복기하면 씁쓸함이 앞선다.

일단 선제적 재난대응에 사실상 실패했다. 태풍이 강했다지만 사전대비가 허술한 점이 속속 드러났고 그만큼 피해도 컸다. 새벽에 닥친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100년을 내다보고 설계했다는 저류지만 봐도 일부가 무너지고 일부는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복구는 또 어떤가. 민관군이 피해 복구에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정부도 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하고 지자체 차원의 재난지원금을 선(先)지급하도록 조치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열악한 재정능력을 감안할 때 지역 힘만으론 역부족이란 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지원이다.

지역·시설별로 다르지만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공공시설물 복구비 중 상당액이 국비로 지원되고 개인은 세금 및 국민연금의 부분 감면 또는 1년 납부 연기를 포함해 건강보험료, 전기·통신요금 등에 혜택이 주어져 적잖은 힘이 된다.

제주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늦은 감이 크다. 도민들이 흘린 눈물이 너무 많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피해 복구 지원은)신속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시기를 앞당기고 피해 주민들의 눈물을 제때 닦아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민심(民心)이 또 다른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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