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창간 71주년]“삼다·삼무 대신 ‘三安’ 초점 맞춘 백년대계 만들어야”
[제주일보 창간 71주년]“삼다·삼무 대신 ‘三安’ 초점 맞춘 백년대계 만들어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16.10.17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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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릴레이 인터뷰·대담- 제주을 논하다
강우현 제주남이섬 대표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81-8·9 일대에 탐나라공화국을 조성하기 위해 2년 전 남이섬 대표직을 내던지고 제주로 건너왔다. <고기철 기자 haru@jejuilbo.net>

[제주일보=김현종기자] 삼다(三多)나 삼무(三無)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제 제주의 지향점은 삼안(三安)이다.

삼안이란 ‘안녕’과 ‘안심’, ‘안전’이다. 말하자면 경치가 아름답고 사람 좋고 안전한 곳이다.

강우현 제주남이섬 대표(63)에게 ‘제주의 미래’에 대해 묻자 삼안(三安島)도를 꺼내들었다.

강 대표는 강원도 춘천 남이섬(나미나라공화국) 신화의 주인공이자 ‘상상’과 ‘역발상’의 아이콘이다.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잡초를 화초로, 쓰레기는 쓸애기로, 남이섬은 남의 섬으로’ 등은 그의 남이섬 개척사에 등장하는 ‘어록’이다.

강 대표는 “삼다도나 삼무도는 옛말이다. 더 이상 팔아먹을 것이 없다”며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려면 안녕과 안심, 안전이 보장된 삼안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81-8·9번지 일대에 조성 중인 테마파크에서 만난 ‘돈키호테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상상의 망치를 두들기고 있었다. 이곳은 또 하나의 나라다.

이 나라의 국호(國號)는 탐나라공화국(Tamnara Republic of Korea), 영토는 9만9497㎡ 규모다. 강 대표가 2년 전 남이섬 대표직을 내던지고 제주로 내려온 이유가 이곳에 있다.
 
▲제주관광은 동해안 횟집 수준
그가 진단하는 관광도시 제주의 현주소는 삼안도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하다. 안녕과 안심,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관광정책을 보면 숫자에만 연연하다보니 폐해가 심각해 수준 미달입니다. 당장 관광시설들만 해도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말하자면 동해안 횟집 수준입니다.”

제주의 지향점에 대한 비판이 보태졌다. “요즘 쓰레기·교통·상하수도난,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제주도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잖아요. 양적 성장에 급급했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거죠. 그동안 주민의 행복은 정책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죠. 상주인구 규모를 반영한 100년 대계(大計)가 짜여야 할 때입니다. 그때 정책적인 키워드가 바로 안녕과 안심, 안전이 돼야죠.”
그는 제주가 성장 일변도의 여정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도민들은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며 진정 중요한 것을 잃고 있지 않는지 살펴보고, 후세에는 무엇을 물려줄지 고민해 봐야합니다.”
 
▲제주 최고 가치는 자연·사람 청정

강 대표는 제주의 최고 가치를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청정’을 꼽았다.
이때 청정은 비단 깨끗한 자연환경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제주 땅의 모든 것이 보물”이란 찬사가 뒤따랐다.

그는 “세계자연유산 등 유네스코 3관왕 선정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았듯이 제주는 천혜의 청정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두말할 나위 없는 최고 가치이자 경쟁력”이라며 “제주가 살기 좋은 곳이 되려면 사회적 청정도 중요하다. 깨끗해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청정 위에 ‘공정’을 얹혔다. “자연과 사람이 깨끗한 제주에 공정이 확실하게 보장될 때 삼안도가 됩니다. 그때 제주도민과 이주민, 관광객의 공존과 공생이 이뤄질 수 있죠.”

특히 제주의 미래상을 술술 풀어내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평화’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곳은 세상을 품은 곳으로 사람들에게 치유를 선사하는 곳”이라며 “평화의 섬이 되기 위해서는 관용과 이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말만 무성한 사회…중요한 것은 실천

그는 시대정신으로 ‘행동’을 들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문제를 내는 사람만 많지 정작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고 온통 걱정만 해요. 말만 무성하지 행동은 없죠. 입만 동동 떠다니는 꼴이에요. 우문에도 현답이 있듯이 반드시 답은 있어요.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한 걸음도 전진할 수가 없죠. 말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잊고 살고 있는 것이죠.”

강 대표는 “상상을 그저 머리에만 두면 공상, 망상, 환상일 뿐이다. 상상을 실천으로 옮겨야 현실이 된다. 김칫국부터 마실 수 있어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용기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민들에게 일견 뼈아픈 조언도 건넸다.

“이른바 괸당문화는 제주공동체를 지키는 힘이지만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면 성장 동력을 저해하게 됩니다. 도민들은 외지인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요. 그래선 소통을 할 수 없죠. 제주를 빼앗길 것이란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든다면 오히려 눈을 똑바로 봐야죠. 전쟁에서도 등을 보이면 패합니다. 밖을, 세상을 응시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것이 승리하는 길이자 제주를 삼안도로 만드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도민들은 제주문화를 말하지만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은 드물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예컨대 공항에 세계 공통의 식상한 인사말인 ‘웰컴 투 제주’가 적혀 있는데 차라리 ‘혼저옵서예’를 쓰고 발음은 영문 표기하면 어떨까요.

제주만의 인사법과 인사말도 만들어 도민과 관광객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주고받으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겠죠. 그게 관광 경쟁력이죠.” <끝>

 
 

강우현 대표는
충북 단양 출생으로 직업은 시각·광고 디자이너, 그림동화 작가, 서예가 등이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나와 국내외 유명 캐릭터디자인과 CI(기업이미지통합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을 했고 그림책 문화운동과 자원재활용운동도 펼쳤다. 유네스코와 YMCA, 환경운동연합 활동에 관여했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문화교류 활동에도 앞장섰다. 

2001년 ㈜남이섬 대표를 맡아 남이섬을 리디자인한 결과 2014년 기준 방문객 300만명, 매출액 300억원 신화를 일궜다. 단돈 100원짜리 월급쟁이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경치는 운치로, 소음은 리듬으로, 유원지는 관광지로”란 슬로건을 걸고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던 남이섬에 예술 숨결을 불어넣었다. 환경생태문화와 동화를 모티브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1987년 노마국제그림책원화콩쿠르 그랑프리 및 BIB-89금패상, 일본 고단샤 출판문화상, 환경문화예술상, 한국디자이너대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 칸영화제 포스터 지명 작가로 활동했다.
‘클릭, 내 머리 속의 아이디어 터치’와 ‘나는 남이섬에 산다’, ‘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남이섬에 가고 싶다’  등 에세이집을 비롯해 ‘양초귀신’ 등 그림동화를 썼다. ‘멀티캐릭터 디자인’ 등 전문서적을 내고 ‘유네스코 꾸리에’, ‘월간 아버지와 가정’ 등 월간지를 펴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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