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원하는 대통령
우리들이 원하는 대통령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10.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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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종배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고심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주교를 선발하는 문제’이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요즘 ‘양 냄새나는 목자’를 새 주교로 세우기 위해 부심하면서 지금의 주교들에게는 관리자형 리더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목자가 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달 교황대사 106명이 참석한 한 행사에서 “오늘날 교회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군주와 관리자가 아닌 주교, 초월적인 것에 익숙하면서도 ‘저속한 것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주교, 인내를 통해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드러내는 주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엘이 이사이의 아들 여덟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본 막내 아들 다윗을 이스라엘 임금으로 세울 때의 얘기를 들면서 책상에서 생각만 하지 말고 하느님 마음으로 들판에 나가 ‘작은 다윗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으라고 당부했다. 성서 속에서 사무엘은 이사이의 일곱 아들을 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없소”라고 묻고 들판에서 양을 치고 있는 다윗을 불러 임금으로 세웠다.

 

대통령은 관리자형 리더가 아니다

교황의 지적은 늘 예사롭지 않다. 날 선 메시지이다. 교황은 “주교의 권한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일에 쓰지 말아야 하며, 세상은 정직하지 않은 연설가와 유행을 쫓는 주교들에게 지쳐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이제 그런 이들을 잘 구별해낸다”고 말하고 자아도취적인 주교와는 함께 걸으려 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예리하다. 80세의 교황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세상과 교회를 보는 눈이 무섭도록 매섭지만 그의 눈은 어린 아이처럼 선하고, 젊은이보다 훨씬 열려 있다.

가톨릭 교구 단위의 모든 행정적 사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교구장인 주교는 가톨릭 교회의 절대적 권위의 상징이다. 교황은 그런 주교더러 양 냄새가 나야 하고, 관리자형 지도자가 아니라 현장에 나가 하느님의 자비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목자가 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주교의 권한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지 말라는 권유도 나왔다. 세상 이익에 초월하면서도 저속한 것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사제를 원하고 있다는 말씀이다.

내년말 대선을 앞두고 중앙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제주지역을 찾는 잠룡(潛龍)들의 발걸움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정의와 연대가 살아 있어야

우리나라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곧 힘이고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국민이 요구하는 대통령은 권력을 틀어쥐고 청와대를 지키는 관리자형 리더가 아니라 국민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씻어주는 대통령이다. 교황의 요구처럼 대통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권한행사에 조심하고 삼가해야 한다. 말만 잘하는 연설가와 시류(時流)에 영합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참모들과 격의없이 토론하는 대통령, 아니라고 말하는 이를 더욱 우대하는 대통령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아파하는 이가 있으면 모든 국정을 제치고 만나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먼저 찾아 그들의 아픈 가슴을 따뜻이 안아주기 때문이다. 멋진 옷을 입고 외국 정상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보다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이가 있으면 먼 길을 마다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다.

원불교의 첫 여성 서울교구장이었다가 최근 은퇴한 이선종 교무는 종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사람들이 종교인을 걱정하는 세상이 됐다면서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애쓰고, 희생의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기성세대들로 젊은이들은 존경할만한 지도자와 선배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권 시기가 다가올수록 보지 말아야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들을 더 보고 듣게 된다.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의와 연대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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