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아야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말아야
  • 고선호 기자
  • 승인 2016.10.10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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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고선호 기자] 지난 8일 KBS제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린 이도주공2·3단지 아파트 재건축 주민총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추진위원회에서는 비표 없는 주민들의 출입을 아예 통제한 것은 물론 비공개라는 이유로 기자들의 취재까지 원천 봉쇄했다.

도대체 어떤 민감한 사안을 다루기에 출입 통제까지 해야 했을까? 현장을 찾은 기자들은 과연 이런 상황이 정상적인지 의문을 제기했지만 추진위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제주에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에 힘입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도내 1호인 도남 해모로 아파트를 시작으로 최근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이도주공2·3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재건축 결정이 내려진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사안을 결정하게 된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주민총회는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주요 사안에 대한 적절성을 짚어보는 중요한 회의다. 어떻게 보면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최상위 추진기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만의 잔치’처럼 총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민감한 사항을 다루고 내용 왜곡을 막자는 명분이라지만 오히려 폐쇄적인 운영이 또 다른 오해를 사고 총회 취지도 퇴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조합 총회 의사록과 시공자 선정계약, 연간 자금 운용계획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총회가 아파트 주민들 주도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용의 곡해를 두려워하는 비공개보다는 추진위원회 스스로 떳떳하고 올바른 정보 제공에 먼저 나서야 한다.

언론 보도를 걱정할 게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질 때 도내 재건축 사업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고 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제주에서는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이나 비리 연루 등의 잡음들이 제발 나타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고선호 기자  shine7@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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