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징조' 들
좋은 '징조' 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10.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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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기자] “제주시(피고)가 달성하려는 주요 도로변 자연경관 및 미관의 보호라는 공익목적이 개인(건축주·원고)이 입게 될 재산권 행사의 제한이라는 불이익 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숙박시설 주위는 대부분 농지이고, 주택이 띄엄띄엄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로서 (숙박시설이 들어설 경우)주변 환경과 이질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고 주민들의 정서에 반하여 주거환경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행정부가 선고한 1심 판결문의 일부다. 이 사건은 한 민간인이 애조로 주변에 숙박시설 건축을 불허한 제주시의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이탈한 위법 부당한 것이라면서 제기한 소송에서 나왔다.

이른바 ‘목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싶은 것은 토지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제한하려는 행정청과 충돌이 발생한다. 한쪽은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다른 한 쪽은 공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맞선다.

이 판결은 한 사례일 뿐 이와 흡사한 분쟁이 지금 이 순간 제주 전역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실질적 대안 해결책 찾아야”

“인구 급증으로 인한 쓰레기와 하수도, 교통, 치안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도민들이 불안하고 불편하지 않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면서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저 자신도 4년 동안 환경도시위원회에 있으면서 이런 문제를 예상하지 못해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이 최근 주간정책회의에서 배석한 도의회 간부 공무원들에게 한 말이다.

지금 제주가 맞이하고 있는 난개발과 이로 인한 환경파괴를 비롯한 갖은 문제들은 집행부인 제주도만의 책임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못한 도의회 책임이 더 클 수도 있다. 신 의장이 언급했던 대로 최소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만이라도 제주 난개발에 선제대응 했어야 했다.

특히 표를 의식해 개발행위를 완화해 준 이른바 선심정책에 엄정대응 했더라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최악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도의회는 이에 눈을 감았다. 나아가 일부 의원들은 더 많은 행위완화를 요구하고 압박했다.

신 의장은 이 회의에서 “더 이상 (집행부에 대한)질책은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대안과 해결방안을 찾아서 내놓아야 도민들이 안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 간 ‘개성’을 감안할 때 신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의정활동 전반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도의회가 새롭게 변화하는 ‘신선한 징표’임은 분명해 보인다.

 

#“제주 잃어버리는 정책 안 돼”

개발과 보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쪽을 보면 다른 쪽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실에선 개발과 보전이 함께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개발이라는 친구는 늘 ‘동전의 앞면’ 을 자청하고 고집한다. 목소리 큰 친구들이 많다. 거대한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업자’로 지칭되는 이들에겐 어느 한 순간도 개발이외의 생각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은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개발논리를 제공한다. 섬이라는 제한 된 곳에서 개발을 멈추면 당장 먹고 살길이 없다고 강변한다.

최근 제주일보가 실시한 창간 71주년 특별 릴레이 인터뷰에서 시인 고은은 “지금 제주는 제주를 잃어버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인은 제주를 잃어버리는 정책,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시인이 강조한 것은 제주어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이다. 그러나 시인은 궁극적으로 제주다움의 훼손 또는 소실이 초래하게 될 제주가치의 감소, 나아가 제주의 정체성 파괴 문제를 에둘러 도민들에게 역설했다.

제주가치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제주 미래발전을 위해 지극히 반가운 일이다. 개발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적당히’하자는 것이다. 늦었다고 판단되는 지금이라도, 이 같은 공감이 분출하는 것은 분명 희망이다.

제주가 올바른 길로 가는.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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