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
레임덕(Lame Duck)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6.10.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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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부남철기자]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력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이다. 임기를 3개월쯤 남겨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레임덕(lame duck)’으로 수모를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9·11소송법(JASTA·테러 행위 지원국들에 맞서는 정의)’을 각각 97대1과 348대77의 압도적 표차로 재의결하고 거부권을 기각했다. 특히 이번 재의결 과정에서는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대거 찬성표를 던져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레임덕이란 원래는 기우뚱거리는 절름발이 오리를 말하는 데 일반적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권력 누수 현상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임기를 1년여나 앞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벌써부터 레임덕을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2018년 2월 24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박 대통령이 벌써부터 레임덕이라니 걱정이 앞선다.

기자가 1997년 국회출입을 시작했을 때 김영삼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 당시 YS는 노동법 날치기, 한보 비리, 아들 김현철씨의 구속사태 등으로 위기를 맞았으며 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회창 후보와의 갈등이 이어졌다. 마침내 이 후보는 1997년 10월에 기자회견을 열어 YS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에 대한 검찰수사 유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YS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한 달 뒤 YS는 탈당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까지는 낯설었던 레임덕이란 단어가 일반인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레임덕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집권 5년차인 2002년 5월에 세 아들의 비리의혹과 진승현·이용호 게이트가 연달아 터졌고 당 안팎에서는 김대중 정부와의 차별화 논란이 거세가 불어 닥치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5월 탈당을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11월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제야말로 당정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며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경제 문제에 집중해 달라”고 공식 요구하면서 레임덕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노 대통령은 임기를 1년 앞둔 2007년 2월에 결국 탈당을 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총선과 대선을 한 해 남짓 남겨둔 2011년 7월 4일 치러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선되면서 탈당론이 대두됐고 레임덕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 이전의 여러 대통령이 레임덕을 맞고 임기 말년 허망히 무너졌다.

최근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휘둘리고 있다. 우병우 수석 의혹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다음은 조선 태종 시대 춘정(春亭) 변계량이 완산 부윤에 부임한 박경을 위해 쓴 시이다. 
“안온한 몸가짐은 무거운 쇠솥과 같고/맑은 인품은 깨끗한 옥항아리와 견주네/이번에 나가면 군사 일까지 겸할 터이니/엄격함으로 관대함을 조절하셔야 할 것이네.”

정치는 완벽해야 한다. 사람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런 이상적인 정치가 이뤄진 적은 없다.

춘정의 시와 같이 정치인은 자신의 몸가짐을 안온하게 하고 맑은 인품을 지니고 엄격함으로 관대함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은 자신은 잘 처신했을지 몰라도 엄격함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불명예를 지녔다. 그래서 레임덕이 발생했다.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최하위. 국민의 삶은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데도 대안은 없다. 합리적인 정치는 뒷전이고 소모적인 논쟁만 벌이고 있다. 과연 국민의 삶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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