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출의 틀을 바꿔야한다
제주, 수출의 틀을 바꿔야한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10.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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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장

[제주일보] “지금도 소라가 제주도 주요 수출품인가요?” 지난 여름 제주경제관련 세미나에서 참석했을 때 어느 교수님이 물어본 말이다. 육지 분이어서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들었다. 한편으론 제주특산품인 소라가 아직도 수출되는 게 뭐가 이상한지 반문하고 싶기도 했다. 사실 둘 다 맞는 생각이고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00년 제주도 수출액은 4000만달러였다. 2015년에는 1억2000만달러로 3배 늘었다. 수입은 같은 기간 5000만달러에서 3억4000만달러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넙치는 2014년과 2015년 2년간 고전했으나 15년 이상 자타가 공인하는 수출 1위 품목이다. 소라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와 2013년 수출을 주도했다. 백합도 2007년에서 2009년까지 효자품목이었다.

감귤, 양배추, 톳, 파프리카도 있다. 수출품을 1차산품과 공산품으로 나눈다면 제주도는 아직까지 1차산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일시적이나마 공산품 비중이 높았던 때가 있듯이 1차산품은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수입품을 살펴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오렌지, 사료용옥수수, 전복이 많이 수입됐다. 2003년부터는 기초화장품, 스카치위스키, 향수, 메이크업화장품, 립스틱, 선글라스, 손목시계, 담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가 기를 쓰고 수출하려고 애쓰지만 생각만큼 늘지 않는 기초화장품은 작년에 400억원 상당을 수입됐다.

여기서 앞에서 소라 수출에 대해 질문했던 다른지방 교수님의 의아함이 이해된다. 우리나라 수출액중 1차산품 비중이 2%정도인 것이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는 현실과 앞으로 저성장국면에 접어드는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도 수출, 나아가 경제가 1차산품만으로는 어렵다는 얘기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도 수출증가를 주도해온 이전기업 제품은 어떤가. 향토기업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풍기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원자재를 수입가공해서 수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제주산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이나 화장품도 오히려 육지 대기업이 혜택을 입을 상황이다.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수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상품만 수출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도 만들어야 할 시기이다. 현재 제주도 상품은 특성상 양이 한정되어 있다. 1차산품의 단점이다. 제주도가 가진 서비스를 발굴해서 수출로 연결하면 된다. 원료는 제주관련 아이디어나 가치이고 완제품은 콘텐츠, 소프트웨어 나아가 서비스다.

“우리회사 냉동어류를 한진해운에 맡겨서 일본에 보냈는데 지금 공해상에서 발이 묶여 하역을 못하고 있어 큰일 났습니다. 지자체나 지원기관들은 수출기업이 이런 상황인데도 전화 한통 없네요.”

어느 수출기업 대표로부터 들은 항의다. 느닷없이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꺼낸 이유는 아직은 제주 1차산품 수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출기업 지원이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항상 기업 현장에 당국이 관심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1차산품의 신규개발은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다 기존 수출상품 고령화로 인한 동력상실도 우려된다. 제주도 여건상 공장시설 확충이 어려워 공산품 제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다.

수출액 위주에서 제주만의 전통과 매력을 가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내수와 수출을 구분해선 안 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국제경쟁력에 직면해 있다. 소비재나 중간재가 아닌 명품을 수출하는 기업도 나와야 한다. 지자체도 이제는 기업가형 마인드를 지녀야 할 것이다. 제주기업 경쟁력이 제주도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메이드인 제주가 아니라 제주가 만든 가치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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