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
결코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10.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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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종배기자] 제주도가 특별하다고 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허나 제주도는 다른 시·도에 비해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특별자치도가 됐고, 정부는 제주도에 외교와 국방 그리고 사법을 제외한 고도(高度)의 자치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는 144개 분야에 1062건의 정부사무권한을 이관했으며, 지금까지 5단계에 걸쳐 무려 4537건의 중앙사무를 제주도로 넘겼다고 말한다. 제주도에 넘어온 중앙사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세세히 모르지만 그 정도 건수의 사무권한 이양이라면 제주도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특단의 수준일 것이라고 미뤄 생각할 수 있다.

 

무엇이 특별자치도인가

그러나 특별자치도라고 해서, 그간 도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정책이라면 제주도의 2중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감사위원회, 경찰도 아니고 청경도 아닌 어영부영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자치경찰, 생색내기처럼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교육위원회와 교육자치, 제주시의회 의원들의 자질문제로 도민들이 한창 격앙된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제대로 논의도 못하고 죽 쑤어 개준 꼴이 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자치권 포기, 그리고 북제주군과 남제주군의 폐지가 도민들의 기억에 남는 특별자치도라는 제주도의 현주소이다.

넘겨줘도 그만, 안 넘겨줘도 그만인 자질구레한 중앙 행정사무 수 천 건을 넘겨 받은 제주도가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은 대한민국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믿어 감사(感謝)하는 도민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어떤 분야에선 오히려 중앙정부의 골치아픈 사무가 특별법에 묻혀 제주도로 넘어 온 것도 있다.

서울시가 서울특별시인 것은 그래도 서울특별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특별한 대접이라도 받기에 특별시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어디를 봐도 특별자치도라고 부르기가 합당해 보이지 않다. 허울 좋은 허명(虛名)의 특별자치도가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해도 그리 틀려 보이지 않는다.

 

개방의 상처뿐인 특별자치도

이처럼 무늬만 특별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제주의 가치와 환경자원을 무시하고 사람과 자본과 상품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제주의 문을 활짝 열기 위한 제도적인 전략이었고.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정부와 제주도 당국자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결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세워졌고 7대 선도프로젝트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도내 곳곳은 회복하기 어려운 개발의 상처를 입고 있다. 개방하지 않으면 마치 당장 굶어 죽을 것처럼 겁박하고 투표에 붙여 이끌어낸 것은 지방자치, 곧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치시(市)를 없애 버렸다. 그런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외래자본을 끌어와 땅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은 뒤 젊은 세대들의 집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한다고 금싸라기같은 공공용지를 내놓겠다며 논란을 일으키고,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쓰레기와 하수는 아우성이며, 주민들은 혼자서는 나들이마저 꺼리는 현실이 돼 버렸다. 평화의 섬이라면서 거대한 해군기지를 만들고, 안전도시라면서 아무나 불러 들여 가장 안전하지 못한 도시가 되고 있는 게 제주특별자치도이다.

가관인 것은 정부가 제주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했다면서도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국토건설부의 산하에 두고 제주도에 넘겨주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할 수 있는 것은 JDC가 면세점에서 얻은 수익금의 몇 %를 제주도에 나눠주기를 요청하는 정도이다. 주인상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를 얻어 먹는 무엇처럼. 올해 제주도의회가 요구한 수익금의 5%가 나중 선심처럼 얼마가 돼서 돌아올런지 두고봐야 한다. 이게 제주특별자치도의 현실이자 특별자치도 10년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제주도는 결코 특별하지 않은 특별자치도이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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