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장수의 섬' 비결, '제주 약초'의 가치를 말하다
[창간특집]'장수의 섬' 비결, '제주 약초'의 가치를 말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9.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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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1>프롤로그
김일우 문학박사 ㈔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

[제주일보]  ‘제주한의약, 그 역사속으로’ 기획이 다루고자 하는 것은 불로초(不老草)와 같은 제주의 약초이다. 약초는 병과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하기 위해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약을 제조하는데 이용되는 약물을 뜻한다.

한의학은 한약을 제조하는데 식물류, 더욱이 초류(草類)의 약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초학(本草學)이라 일컫는 학문분야가 따로 생겨날 정도였다.

불로초의 경우도 중국사에서 최초로 황제를 칭했던 진시황이 자신의 늙음을 두려워하고, 이를 막고자 서복(徐福)을 제주로 보내 무진 찾고자 애썼던 불로장생의 약초에 해당했던 것이다. 서복전설은 제주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약초의 자생지로서 명성이 높았음과 아울러 ‘장수의 고장’으로 알려짐과 결부해 생겨났다고 봄이 타당할 듯싶다.

사실, 제주는 오늘날에 와 800여 가지 약용식물이 자생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제주 감귤은 현재도 암과 성인병 발생 억제, 소화기능 강화, 혈압 감소, 비만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검증이 이뤄졌다.

감귤의 식품학‧한방의학‧약리학적 가치는 조선시대 때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통해서도 이미 규명됐고, 더 나아가 임상에 실제적으로 활용됐음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형상이 1702~1703년 제주목사를 지내고, 그 다음해 저술한 ‘남환박물(南宦博物)’을 보더라도 제주에는 설사를 치료하는데 효과가 뛰어난 ‘볼레낭 열매’, 가래를 내리는데 쓰는 ‘멀꿀’ 등과 같은 30여 종의 약용작물이 수록‧나열되고 있다.

의학본초 : 약초 사용법과 탕약 효능을 해설한 한의서. 1910년대 한의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출신 김항각이 1910년에 필사한 것이다.

제주가 어느 곳보다도 다양‧다종의 약초가 자생하고 있었음은 심약(審藥)이란 외관직이 제주목에 배치됐던 사실로도 드러난다. 심약은 지방에서 채취‧상납되는 약재를 심사‧감독하는 일을 맡았는데, 각 도의 관찰사 소재처와 병사(兵使) 소재처에 둘 뿐이었다. 그럼에도 제주목은 전라도 소속 8개 목(牧) 가운데 유일하게 심약도 배치됐던 것이다.

제주사람이 장수했음도 조선시대 때 각종 사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을 보면 “제주에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에 나의 당숙 태호공(太湖公)이 제주목사로 나갔을 때 노인잔치를 벌였는데 140세 된 사람을 상좌에 앉히고 100세 이상 되는 사람이 매우 많았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여기에 나오는 이익의 당숙 태호공은 제주목사 이원진을 말한다. 이원진은 1651~1653년 제주목사로 재임했다. 이 무렵 제주의 최고령자는 140세였고, 100세가 넘은 사람은 매우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된 데는 제주의 청정환경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제주에서 자생하는 다양‧다종의 약초에 힘입어 병과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했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제주 사람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려는 천부적인 능력과 시행착오의 여러 경험을 통해 도처에서 자생하는 약용작물의 유독‧무독의 성능을 알아채고, 그것의 식용 여부 및 약물로서의 효능과 작용을 알게 되는 과정을 거친 뒤, 약초를 자신의 건강 유지에 활용함으로써 무병장수했다고 봄이 순리적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제주한의약사에 대해서는 연구가 실증적‧구체적으로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또한 필자는 역사학 전공자이기는 하나, 한의약사를 다룬 경험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 만큼 제주에서 자생해 온 약초를 중심으로, 그 효능과 함께 병과 상처 따위를 고치거나 예방하는데 쓰인 역사적 사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가운데 사례가 가장 많다고 보이는 것이 제주 감귤 관련이다. 그래서 제주 감귤이 약초로서 지녔던 기능 및 의미와 그 전망을 먼저 다룰 계획이다. 이어 사서에 드러나는 감귤 외 각종 제주의 약초와 의학시설 및 기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에는 사서를 통해 드러나는 조선시대 제주의 한의사를 다룰 작정이다. 특히 조선 후기 김희정(金羲正) 가계의 한의학 관련 사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또한 제주 효자‧효녀의 처방 및 그 효험과 아울러, 전설적인 제주의 명의(名醫)도 소개하겠다.

이 기획은 역사학전공자가 쓰더라도 (재)제주한의약연구원의 검증을 거쳐 게재,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해 나가겠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과 질책을 기대한다.

김일우 문학박사·㈔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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