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갈등 풀어낼 '숨고르기·대화의 장' 필요"
"제주, 갈등 풀어낼 '숨고르기·대화의 장' 필요"
  • 변경혜 기자
  • 승인 2016.09.26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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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1주년 특별 릴레이 인터뷰·대담…<1>도법스님
도법스님 창간 71주년 특별 릴레이 인터뷰 사진

[제주일보=변경혜 기자] 도법스님이 던진 첫 화두는 ‘중재’였다. 제주일보 창간 71주년을 맞아 ‘제주미래를 논하다’ 특별 릴레이 인터뷰·대담에서 도법스님은 제주가 여러 갈등에 처해 있지만 ‘숨고르기와 대화의 창구’가 될 공간을 마련하고 제주가 가진 에너지와 특별자치도 다운 조건을 살린다면 한국 사회의 미래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법스님은 “제주가 척박했던 곳이었는데 살기좋은 곳으로 바뀌었다. 삶의 수준도 높다. 어떤 현실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지속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 그런 입장에서 특별자치도의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그런 바탕에서 중앙정부(의 시선, 지원을) 쳐다보지 말고, 자치도 답게 새로운 모색을 해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간다면 남도 땅에서 좋은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관점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4·3은 정부가 공식 사과를 했습니다. 정부가 부족한 게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요구하고 이제 도민들이 무엇을 할 것이냐,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게 하지 말자는 거죠. 하지만 그 방향은 나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쪽으로 갔다면 강정문제는 또 다르게 다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예로 봐도, 국가가 식민지 상황이 아니었다면 발생할 일이 아니었죠.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지, 할머니들 역할이 아니죠. 하지만 일본의 사과를 떠나서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있습니다. 국가가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고 남은 삶을 품위있게 살 수 있도록 온 국민들이 할머니들에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품위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역할. 이런 자기 역할을 한다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양심과 지성, 일본의 양심적 세력까지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겠지요. 일본도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겠지요. 제주4·3이나 강정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가를 상대로 뭘 요구하는 것은 그것대로 하되, 도민 스스로도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거지요. 국가가 ‘세계 평화의 섬’이라고 선포도 했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봐야 새로운 미래도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곶자왈 훼손 등 개발의 문제, 제2공항, 급격한 인구 증가 등 제주의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물었다.

“현대 사회에서 개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요. 다만 합리적 개발이어야 합니다. 인간이 편한대로, 당장 필요하다고 개발하는 것은 다수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생명평화’란 가장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거기에 맞춰 담론들을 만들어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도법스님에게 생명평화의 의미를 물었다. 5년간 탁발순례를 하며 걸었던 길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성찰’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도 강하게 남겼다.

“해방 당시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100불 정도였는데 지금 2만불이 넘었죠. 단순 비교하면 200배 더 부자가 된 셈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못 살겠다, 힘들어 죽겠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오늘날 한국 사회를 좋은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않죠. 이런 형태로 변화 발전해나가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21세기는 생명 위기, 평화 위기의 시대라 생각합니다.”

도법스님이 던진 ‘생명평화운동’을 흔히 간디, 탁발순례를 간디의 소금행진에 비유하기도 한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가장 힘든 작업인 것 같다.

“남아공의 만델라가 그냥 탄생한 게 아닙니다. 정치적 동지로부터 암살 위기를 겪었지만 상대에게 ‘보복하지 않는다’는 신뢰와 믿음을 만들어줬습니다. 갈등을 걷어내는 작업에 성공했죠. 협상의 혁명, 타협의 혁명, 합의의 혁명, 절충의 혁명을 이뤄냈습니다. 간디의 소금행진도 마찬가지죠.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갈등 해결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입니다.”

도법스님에게 ‘걷는다’는 의미를 물었다. 강정평화대행진의 모태이기도 했던 5년의 생명평화탁발순례는 ‘성찰’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남기기도 했다.

‘인간이 왜 두 발이겠냐’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인간다움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되찾아야 할 것이 성찰의 삶’이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바깥소리에 너무 익숙합니다. 주로 1등, 부자, 승리, 돈 같은 것을 화두로 살아가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걸 목적으로 하는 것도 삶의 근육을 만드는 겁니다. 사람에겐 근성과 배짱이 중요하죠. 어려운 상황에도 두려워 않고 엎어져도 길을 가게 하는 힘, 그게 없으면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지 못합니다. 자기성찰이 있어야 자연의 가치에 눈 뜨게 되고 나와 상대, 이웃을 알게 됩니다.”

도법스님은 그러면서 한국 대표 관광상품이 된 ‘올레길’ 가운데 하나를 ‘성찰의 길’ 코스로 만들어 “아름다운 제주풍경만 보지 말고 ‘삶의 길’을 모색해보는 시간도 만들어 준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에 얼마 전 연임됐다. 지난해 연말 한상균 민주노총 본부장이 조계사에 머물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에 중재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물었다.

“화쟁위에서는 사회의 여러 진영, 보수와 중도, 진보까지 포함해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갖습니다. 대우조선문제나 교과서문제 등 첨예한 부분들이 있죠. 물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당시 한상균 위원장과 관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 많이 아쉽지만 화쟁위의 현실적 한계라고 봅니다. 그 이후 운동권과 보수진영으로부터 여러 비판과 비난을 받았죠. 그래서 요즘은 진보냐 보수냐를 물으면 ‘회색’이라하고 노선을 물으면 갈지자(之) 행보라 말합니다. 화쟁위가, 조계종단이 다른 종교와 함께 ‘국민의 입장에서’ 불합리한 것을 합당한 쪽으로 전력투구를 한다면 성과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도법스님은 더불어 “제주 사회에서도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제주도 문제를 제주도민이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갈등들을 담론화하고 공론화시킨다면 정책적으로도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은…1949년 제주에서 태어나 18살이 되던 1966년 전라북도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1998년 말 조계종이 총무원과 정화개혁회의로 나뉘어 다툴 때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갈등을 마무리짓고 실상사로 내려갔다. 1995년부터 실상사 주지를 맡았고, 생명살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1998년 실상사 소유의 땅 3만 평을 내놓고 귀농전문학교를 설립했다. 1999년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하면서 귀농운동 차원을 넘어 생활협동조합, 대안교육, 환경연대 운동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2004년 실상사 주지를 그만두고 5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 지역을 걷고 지역주민, 종교인 등을 만나고 대화하는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했다. 현재 사회 갈등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조계종 화쟁위원장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변경혜 기자  b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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