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메아리로 맴도는 제주양성평등
공허한 메아리로 맴도는 제주양성평등
  • 홍수영 기자
  • 승인 2016.09.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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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홍수영 기자]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제2회 성매매 추방 주간이 운영됐다. 이 기간 도내 곳곳에서는 양성평등 의식 확산을 위한 캠페인이 펼쳐졌다.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특별교육도 실시됐다.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공직사회가 앞장서기 위해서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연례행사와 앉아서 듣는 강의가 양성평등의 개념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성차별적 관념인지 등 의식 개선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전 교과서에 흔히 등장했던 ‘여성이 가사 일을 도맡는 그림’에서부터 ‘여교사’, ‘여경찰’, ‘여기자’ 등 이른바 ‘젠더’로 분류되는 호칭에 이르기까지 성차별적 인식·문화는 일상적인 말 속에 스며들고 의례적인 관행으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공직사회에 양성평등 문화가 내재화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생각은 바뀌지 않고 실현되지 않는다면 양성평등 정책은 말 그대로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할 뿐이다.

도내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전국 하위권이다. 지난 7월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도내 여성공무원 비율은 30.3%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고위직일수록 성별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민사회를 대표하는 도의회는 어떠할까. 도정·교육행정 질문과정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여성 자치경찰을 뽑아야 한다”, “제가 여성에 좀 약한데 말이죠” 등의 말들이 서슴지 않게 쏟아져 나온다. 여성 공직자의 역할을 한정하고 기관 대표로 나선 여성 공직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성차별적 발언을 행하는 현실이다.

도내 여성들이 사회장벽에 부딪히고 폭력범죄에 노출됐다는 기사가 주기적으로 지면과 온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뚜렷한 변화나 개선 의지는 찾기 어렵다. 제주 양성평등 정책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배경이자 현실을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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