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의 처절한 질문
두 여성의 처절한 질문
  •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 승인 2016.09.2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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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김종배기자] 닷새간의 긴 추석연휴를 보내면서 한 인터넷신문에서 올린 여성칼럼니스트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송곳처럼 가슴을 찔렀던 글의 질문이 머리 속에서 영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의 질문은 언론사 밥을 30년 이상 먹고 있는 필자가 숙제처럼 늘 지니고 있던 것이었고, 필자가 지상에서 상실하는 순간까지 가지고 가야할 여러 명제 기운데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아닌, 한 여성으로부터 그 질문을 비수처럼 받는 순간 숨이 턱 막히면서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다. 정리가 요구됐고 대답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 여성은 세 가지를 물었다. 하나는 “앞으로 제주도에 더 많은 사람이 오면”, 둘은 “앞으로 제주도의 땅값이 더 오르면”, 셋은 “앞으로 제주도에 더 많은 건물과 집이 들어선다면” 과연 우리 삶의 질은 더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무도 “예”라고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게난 앞으로 어떵 헐거라”라며 글을 끝냈다. 비수였다.

 

게난 앞으로 어떵 헐거라

주말이었던 지난 17일 아침 신제주 성당에서 기도하던 한 여성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피습, 숨진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으로 인해 추석연휴를 느긋하게 만끽하고 있던 필자에게 그녀의 질문은 송곳과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그 질문은 곧장 “제주도에 더 많은 사람이 온다면”은 “제주도에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온다면”으로 바뀌면서 날벼락같은 소식에 제동력을 잃고 벌렁거리는 심장 근처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질문은, 성전(聖殿) 안에서 피를 한 사발 이상 쏟아내며 우리를 불렀던 숨진 여성의 비명이었다. 그 여성이 애절하게 찾았던 119는 바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었고, 그녀는 우리들에게 “게난 앞으로 어떵 헐거라”고 묻고는 자신의 목숨을 내려 놓았다. 오랫동안 제주를 지켜보고 살았던 한 여성의 단말마에 가까운 처절한 질문이었다.

필자의 평소 자문(自問)이었던지, 아니면 필자의 숙제 노트 속에 미해결로 놓아뒀던 질문에 예고없는 역습으로 다가온 그 여성칼럼니스트와 숨진 여성의 질문은 그동안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필자의 자격지심(自激之心)에 여지없이 꽂혔다. 자괴감은 한라산처럼 컸다. 그녀의 죽음은 살아 백년 죽어 백년 한라산을 지키는 구상나무처럼 우리에게 두고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 그리고 중국인은 과연 우리 제주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무도 쉽게 정의를 내리지 못할 것이고 답을 할 수 없다. 물론 숲이 크면 온갖 새가 다 깃든다는 말에 동의한다. 일찌기 서울대 김남도 교수는 중국을 ‘방안의 코끼리’로 비유했다. 안방 한 구석을 차지하던 아기 코끼리가 점점 자라면서 거실을 내줬다가 집 전체를 코끼리에게 내줘야 하는 것처럼 중국은 우리의 명운(命運)을 쥔 거대한 코끼리가 되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둘 것인가

중국은 한 지역, 한 나라를 통째로 집어 삼키는 쓰나미처럼 통제가 불가능한 이 시대의 거대한 존재가 돼 버렸다. 그들은 야금야금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아무리 견고하고 고유한 지역의 문화와 상권(商圈)일지라도 그들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변화시켰고, 변화됐다. 결국 돈벌이에 급급했던 우리들은 그들의 종속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놓였다.

그들은 이미 우리 생활과 제도권에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이제 우리는 한 여성이 죽음으로 던진 질문에 대답을 내놓을 차례다. 이대로 잠글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더 개방할 것인가를 묻고 대답할 시기가 됐다.

지난 21일 장례미사를 직접 주례한 강우일 주교는 “고인의 죽음은 이 시대의 과욕과 탐닉이 빚은 결과”라면서 “무제한 투자와 개발 그리고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처럼 여겨왔던 그동안의 정책들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에 더 많은 사람이 오고, 더 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더 많이 땅값이 오르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겠냐고 다시 물으면 이 글을 쓰는 나는 분명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김종배 상임 논설고문  jongbae1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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