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 앞바다
도두 앞바다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6.09.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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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후에야 비로소 나를 본다’

올해 초 한 강사가 자신의 강의 내용을 담아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을 펴낸 저자는 오랜기간 자신이 했던 강의내용을 중심으로 성공전략을 제시했다. 실패와 좌절을 맞본 뒤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점검하고 다시 도전하는 방법들을 조언했다.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올 추석연휴가 끝난 게 1주일도 채 안됐다. 올 추석연휴 사람들이 모인 고이면 대부분 ‘제주개발’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서울 등 다른 지방에서 고향을 찾았던 제주도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고향 제주의 모습에 이구동성으로 근심을 토로했다.

고향에 대한 우려와 근심은 ‘제주다움’의 실종이다. 최근 2~3년 새 제주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시 도심을 벗어나 읍면 지역으로 들어서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느낄 수 있었던 한가로움과 정겨운 모습은 오간데 없다.

청정 제주해안변이 망가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카페란 카페는 모두 제주 해안도로변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제주 해안가는 말 그대로 카페천국이다.

 

#지방의원도 덩달아 놀아나

자연녹지지역 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제주도도시계획조례 개정 수정안에 대한 토론회가 또 열린다. 지난 6월 자연녹지 행위제한에 반대하는 참석자들의 항의로 무산된 공청회를 사실상 대체한 공개 여론수렴 절차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수정안이 제시했지만, 이 토론회 역시 제대로 열릴지는 의문이다. 개정조례안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일부 개발사업자와 투기세력 때문이다.

개발사업자로 지칭되는 이들은 제주 개발붐에 편승, 일반 주거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자연녹지 땅을 대거 매집했다. 이들에겐 이곳이 ‘엘도라도’다. 그런 이들에게 녹지지역에 대한 행위제한이 좋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반대 목소리가 고성과 삿대질로 이어진다.

불행한 것은 이에 일부 지방의원들까지 덩달아 놀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된 자리에서 듣기에 민망한 발언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한다. 과연 이들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선량’인지, 스스로 의원 자질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충분하게 여론을 수렴하라고 윽박지르지만, 그 속을 한걸음 들어가 보면 개발업자들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제주도의회는 자연녹지지역 난개발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주최했던 정책토론회에선 “녹지지역의 개발수요가 일반화 되는 것을 지양하고, 계획개발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주제발표자의 대안까지 제시됐다.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모르쇠다.

 

#‘제주사람들’ 좌절하는 현실

“지금 제주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해 관광개발을 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맞고 있으며, 대규모 난개발의 위험, 주민들의 소외, 인구증가로 인해 교통·주택이 부족한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친환경적인 개발과 자연 보존의 조화를 추구하고, 어떻게 주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현재의 과제다”

이달 초 하와이에서 열린 2016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원희룡 지사가 밝힌 제주의 모습이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제주의 문제’는 단순하다. 난개발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개발바람이 투기라는 응원군을 등에 업어 제주 전역을 헤집고 있다.

제주는 투기세력과 일부 개발업자들에게 일확천금을 잡을 수 있는 ‘명당자리’가 됐다. 당연히 이를 제재하려는 지방정부가 밉다. 그 상대편에선 대대손손 이 땅을 지키면서 성실하게 살아온 ‘제주사람’들이 좌절하고 있다.

제주의 자연경관자원 훼손은 어떻게 보면 두 번째 문제다. 으리으리하고 세련된 별장형 건축물들이 기존 마을을 성곽처럼 감싸는 하우스타운 건너편 ‘제주사람’들이 절감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만 간다.

최근 제주에서 벌어지는 난개발은 분명 제주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종말처리장 고장사태’다. 도두 앞바다가 ‘죽음의 바다’을 넘나들고 있다. 이는 제주가 제주에 보낸 경고다.

제주가 또 넘어질 수 있는 길로 가선 안 된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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